[ 베이징=김태완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지구촌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9~10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미국에선 제이컵 루 재무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중국에선 왕양 부총리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대화 상대로 나선다.
최근 양국은 무역 지역안보 사이버해킹 핵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어 이번 회의를 통한 의견 조율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식량안보에서 야생동물 보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주요 현안이 의제에 오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의 문제와 북한 비핵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기후변화, 청정에너지 등 양국과 지역, 글로벌 과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 놓고 공방
중국 언론들은 8일 이번 대화의 경제분야 쟁점으로 △위안화 절상 △상호투자협정 체결 △정보기술(IT) 제품 무관세화 등을 꼽았다. 루 재무장관은 이미 회의 전부터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너무 낮아 불공정 무역거래가 심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매년 큰 폭으로 절상됐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2.4% 정도 떨어졌다. 중국은 그러나 위안화 절상 압력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저우스젠 칭화대 중미관계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위안화 환율 개혁은 가치 상승이 아니라 시장화가 핵심”이라며 “최근 1년간 일본 엔화가 26% 절하된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하면서 위안화에 대해서만 불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또 중국에 투자촉진 및 무역교류 확대를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상호투자협정을 체결하자고 요구했다. 양국은 지난해 상대국에 투자하기 전 내국민대우 원칙을 적용하고 투자에 네거티브 리스트(원칙적으로 수입을 자유화하되 예외적으로 수입을 제한·금지하는 품목만 열거하는 형식의 상품 품목표)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개방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마위 상무부연구원 외자부 주임은 “중국도 상호투자협정 체결을 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쌍방이 같은 수준의 개방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정보기술협정(ITA) 협상을 둘러싼 교착상태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호투자협정 협상의 진전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ITA는 1996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200여개의 IT 품목 교역을 무관세화하기로 한 협정이다. 그러나 미·중 간 견해차로 최종 협정을 맺는 데 실패했다. 중국은 “IT 품목의 관세율을 낮출 수는 있지만 무관세는 곤란하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중국, 남중국해 분쟁 개입에 경고
중국은 경제 부문과 달리 정치 부문에서는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7일 미국 정부에 인민해방군을 미국 기업해킹 혐의로 제소한 것을 취소하고 남중국해 분쟁에 관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정쩌광 외교부 차관보는 “우리는 (인민해방군에 대한) 혐의가 미국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과 사이버 안보문제를 논의하면서 성실성이 결여돼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미국의 남중국해 문제 개입을 비판하면서 “이런 잘못된 행동으로 중·미관계에 불확실성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광야오 외교부 부부장은 “양국이 투자를 개방하는 상호협정 체결 협상에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긴장 완화를 위해 두 나라의 경제적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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