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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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사람’은 신중함 때문에 계속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 Y의 이야기다. Y는 도시 생활이 ‘억지와 불합리와 막무가내’로 이뤄졌다고 생각해 전원생활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이다. 공들여 전원주택을 지었지만 뜻하지 않게 해외 근무를 하게 된다. 집을 이웃에게 부탁하고 떠났지만 돌아와 보니 이웃은 온데간데없고 엉뚱한 부부가 대신 들어와 살고 있다. Y는 황당한 상황에 맞서기보다 ‘신중함’ 때문에 이들 부부에게 하루에 1만원을 내고 다락방 생활을 하며 그 사이 망가진 집을 고쳐 나간다. 지금 부조리해 보이는 상황을 바꾸느라 시끄러워지는 대신 그냥 피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작품 ‘리모컨이 필요해’의 주인공도 비슷하다. 지방의 단기 글쓰기 강좌를 맡아 낡은 여관에 묵게 된 주인공은 새벽마다 켜지는 TV 알람을 어쩌지 못해 짜증을 낸다. 하지만 정작 여관 주인에게 ‘리모컨을 달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 이렇듯 자신에게 떨어진 불합리에 저항하는 것 같지만 결국 체념하고 마는, 그렇게 세상의 부조리를 유지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작가는 그리고 있다.
정홍수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이승우 소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개개인의 성격과 선택의 영역을 넘어선 세상의 병리”라며 “만일 그것이 일견 특정한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면, 드러내면서 숨기는 이승우 소설의 변증법적 위장술이 그만큼 뛰어났다고 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문학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거울 속 사람들은 부조리와 회의에 시달리고 소리치지만 거울이 스스로 소리치진 않는다. 이승우의 문체가 담담한 건 그런 까닭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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