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W로 이익 냈어도 정당한 사유 있으면 증여로 볼 수 없어"

입력 2014-07-09 22:12   수정 2014-07-10 10:35

법원, 증여세 포괄주의 제동

재판부 "차익 크다고 과세 안돼"
국세청 과세 기조에 영향 관심



[ 정소람 기자 ] 법원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과정에서 얻은 이익에 대해 무조건 증여세를 물리는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림에 따라 향후 국세청의 과세기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부장판사 최주영)는 코스닥 상장사인 리노스 전 공동대표 이모씨가 “매매 차익에 대한 증여세로 부과된 30억9700여만원을 취소해달라”며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가족·계열사 등 특수관계자가 아닌 자와의 거래 과정에서 높은 이득을 봤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면 증여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리노스가 2008년 말 발행한 권면총액 2000만달러 규모를 전액 사들인 비시스캐피털마스터펀드와의 상호 합의 하에 이씨는 조기 상환한 1700만달러를 제외하고 남은 300만달러를 다시 사들였다. 이후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뒤 이듬해 타사에 양도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수십억원대 이득을 보자 국세청은 30억9700여만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국세청 측은 “비시스가 BW를 양도할 당시 리노스 주가가 주당 2280원으로 행사가액(945원)보다 높았고 장기간 상승세에 있었으므로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매매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며 “양사의 묵시적 약속에 따라 원고에게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조치이므로 증여세 부과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수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서는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비시스의 BW 인수가 리노스에 기업인수를 위한 자금 제공을 위한 목적이었던 점 △비시스가 리노스 패션사업 부문을 인수하려다 실패해 투자를 철회하는 과정에서 BW 처리 방식에 상호 합의한 점 등을 들어 정당한 거래라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2011년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를 적용하라’는 감사원 권고에 따라 최근 몇 년 새 BW·CB 발행 과정에서 이득을 얻은 코스닥 상장사 임원들에게 증여세를 적극 부과해 왔다.

특정인의 재산 가치를 늘리는 데 기여한 모든 행위를 증여로 판단하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2004년 도입됐지만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낮은 데다 객관적인 증여가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전까지는 적용 사례가 많지 않았다.

장승혁 행정법원 공보판사는 “매매차익 액수가 커서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과세할 것이 아니라 세무 당국이 그 정당성을 적극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 BW(신주인수권부사채)

Bond with Warrant.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이다. 고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과 주식인수권리(Warrant)를 따로 매매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발행기업의 주가가 약정된 매입가를 웃돌면 워런트를 행사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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