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통합' 새 교육과정, 수능 바뀌지 않으면 불가능

입력 2014-07-10 16:27   수정 2014-07-10 18:50

10일 이화여대서 '국가교육과정 전문가포럼' 열려


[ 김봉구 기자 ] 문·이과 통합 등 초·중등 교육과정 개정은 수능체제 변화 없인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을 완화하고 창의성을 키우려면 교육과정의 내용과 분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부는 2017∼2018학년도부터 고등학생이 문·이과 구분 없이 사회·과학 분야 기초 교과를 모두 이수토록 하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도입, 2021학년도 수능을 이에 맞춰 개편하기로 한 바 있다.



10일 이화여대 교육관에서 열린 ‘제1차 국가교육과정 전문가포럼’의 주제발표를 맡은 김경자 이화여대 교수(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는 “현행 교육과정에선 학생들이 너무 많은 지식을 오랜 시간 반복 암기와 문제 풀이를 통해 시험을 준비해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리는 학습을 해 왔다” 며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이 같은 문제점 개선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관계자의 한국 교육에 대한 평가를 인용, “한국은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경쟁이 치열하며 학습의욕이 낮다.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은 경쟁 때문이며, 공부는 잘 하지만 학생이 행복한 나라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앞선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양적 축소에 실패해 과도한 선행학습을 부추겼고, 사교육 부담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시험과 암기, 설명 위주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문·이과 통합 등이 골자로 제시된 교육과정을 우선 학생 위주로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 며 “학습에 대한 과학적 연구·이론 반영과 교육 내용의 실질적 감축을 방향성으로 잡았다”고 강조했다.

일선 교사들의 요구사항을 보면 △‘문·이과 통합 문제는 수능 체제의 문제’ △‘학생들의 문·이과 선택 기준은 사회·과학이 아닌 수학’ △‘대입 결과와 직결된 국·영·수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학교 현실’ △‘수업량 과다가 수업방법 개선의 걸림돌’ 등의 지적을 쏟아냈다.

따라서 교육과정 개정은 반드시 수능 체제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토론자로 나선 곽영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은 “평가는 교육의 방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교육과정 개정은) 평가 체제 개선과 연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도 “고교 교육과정과 수능의 불일치로 인한 교육과정 파행 운영 문제가 심각하다. 교육과정과 수능의 질적 차이가 가져온 사교육 문제도 크다” 면서 “2021학년도 수능 평가 방법은 교육과정 발표 때 같이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교육 내용의 실질적 감축은 소수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 재편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 전문가들은 문·이과 통합 문제도 이런 틀 안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손민호 인하대 교수는 “문·이과 통합 자체는 옳은 방향” 이라면서도 “너무 거창하게 접근하거나 이론적 측면에 치우치는 것은 곤란하다. 한 두 개의 과목만이라도 다른 계열의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조언했다.

이인규 한국교육연구소장 역시 “문·이과 통합이 정치적 요구에 부합하는 표현(레토릭)에 그치면 실제 교육 현장에선 여러 중복되는 활동만 더해지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며 “결국 교육과정 지원 체계에 대한 총체적 변혁이 뒷받침돼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가교육과정 전문가포럼은 새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마련됐다. 교육부는 연구·개발과 검토·심의 과정을 거쳐 오는 9월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 및 주요사항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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