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바뀐 한은 경기전망
성장 전망치 낮춰 정부와 정책공조 길 터
이주열 총재, 취임 석달 만에 낙관론 접어
[ 김유미 / 주용석 / 마지혜 기자 ]
세월호 사고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민간 소비가 급격히 꺾이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석 달 만에 낙관론을 접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부쩍 커졌다. 향후 한은의 행보는 정부가 꺼낼 ‘부양카드’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세월호가 꺾은 ‘매파 본능’
이 총재는 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회복세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0%에서 3.8%로 하향 조정한 이유로 “세월호 사고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 총재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4.0%로 끌어올리며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경기는 거꾸로 갔다. 지난 5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기준으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2.7%)으로 감소했다. 지난 4월 1.6% 급감한 소매판매는 5월 1.4% 만회하는 데 그쳤다.
이날 한은은 하반기 민간 소비가 다소 부진에서 벗어나겠지만 연간 2.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석 달 전 전망한 3.1%에 크게 못 미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2.1%에서 1.9%로 낮췄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하단인 2.5%를 밑도는 수준이다.
○운신의 폭 넓혔다
따라서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보다 유연해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이례적으로 앞쪽에 배치했다. 머지않아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통위의 ‘만장일치 금리 동결’이 14개월 만에 깨진 것도 같은 연장선에서 읽힌다. 경기대응을 중시하는 ‘비둘기파’가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둔 ‘매파’ 일색의 구도를 깨뜨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 4~5월 한은이 금리 인상 ‘깜빡이’를 성급하게 켰다가 운신의 폭이 좁아지자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비판이다.
물론 금리 인하는 과도한 기대라는 분석도 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3.7%) 국제통화기금(IMF·3.7%) 한국경제연구원(3.4%)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이 총재도 “3.8%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부합한다”며 당장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는 시각을 보였다.
○기재부와 손발 맞출까
이날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당장의 금리 인하보다는 향후 정부와의 정책공조에 대비하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부양책을 펴면 한은도 금리 인하 등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대규모 추경을 편성(4월)하자 한은은 한 달 뒤(5월) 기준금리를 낮췄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중 ‘하반기 경제운영 방향’을 발표하면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로선 추경보다는 ‘재정보강+내년 예산 확장’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재정보강은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 등 재정지원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안으로 기재부가 2012년 썼던 카드다.
변수는 이달 발표될 2분기 경제성장률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2분기 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게 나올 경우 금리 인하 논의가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주용석/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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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전망치 낮춰 정부와 정책공조 길 터
이주열 총재, 취임 석달 만에 낙관론 접어
[ 김유미 / 주용석 / 마지혜 기자 ]
세월호 사고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민간 소비가 급격히 꺾이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석 달 만에 낙관론을 접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부쩍 커졌다. 향후 한은의 행보는 정부가 꺼낼 ‘부양카드’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세월호가 꺾은 ‘매파 본능’
이 총재는 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회복세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0%에서 3.8%로 하향 조정한 이유로 “세월호 사고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 총재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4.0%로 끌어올리며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경기는 거꾸로 갔다. 지난 5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기준으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2.7%)으로 감소했다. 지난 4월 1.6% 급감한 소매판매는 5월 1.4% 만회하는 데 그쳤다.
이날 한은은 하반기 민간 소비가 다소 부진에서 벗어나겠지만 연간 2.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석 달 전 전망한 3.1%에 크게 못 미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2.1%에서 1.9%로 낮췄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하단인 2.5%를 밑도는 수준이다.
○운신의 폭 넓혔다
따라서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보다 유연해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이례적으로 앞쪽에 배치했다. 머지않아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통위의 ‘만장일치 금리 동결’이 14개월 만에 깨진 것도 같은 연장선에서 읽힌다. 경기대응을 중시하는 ‘비둘기파’가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둔 ‘매파’ 일색의 구도를 깨뜨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 4~5월 한은이 금리 인상 ‘깜빡이’를 성급하게 켰다가 운신의 폭이 좁아지자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비판이다.
물론 금리 인하는 과도한 기대라는 분석도 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3.7%) 국제통화기금(IMF·3.7%) 한국경제연구원(3.4%)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이 총재도 “3.8%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부합한다”며 당장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는 시각을 보였다.
○기재부와 손발 맞출까
이날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당장의 금리 인하보다는 향후 정부와의 정책공조에 대비하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부양책을 펴면 한은도 금리 인하 등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대규모 추경을 편성(4월)하자 한은은 한 달 뒤(5월) 기준금리를 낮췄다.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중 ‘하반기 경제운영 방향’을 발표하면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로선 추경보다는 ‘재정보강+내년 예산 확장’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재정보강은 개별소비세 한시 인하 등 재정지원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안으로 기재부가 2012년 썼던 카드다.
변수는 이달 발표될 2분기 경제성장률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2분기 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게 나올 경우 금리 인하 논의가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주용석/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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