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전 진출 中시장 '승승장구'
필리핀은 5개월만에 흑자
상품기획자 1년여마다 교체
납품업체와 유착 가능성 없애
[ 유승호/이현동 기자 ]
![](http://www.hankyung.com/photo/201407/2014071073681_AA.8871350.1.jpg)
서울 방배동 CJ오쇼핑 본사 1층 입구 왼쪽 벽에는 TV 4대가 나란히 걸려 있다. TV에서는 서로 다른 홈쇼핑 방송이 나온다. 하나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CJ오쇼핑 방송이고, 나머지 3대는 베트남 터키 등지에 있는 CJ오쇼핑 해외 법인의 홈쇼핑 방송을 보여준다. 쇼호스트의 생김새와 소개하는 상품이 다를 뿐 기본적인 형식과 분위기는 비슷하다. CJ오쇼핑은 쇼핑과 오락을 결합한 ‘쇼퍼테인먼트(shopper+entertainment)’라는 ‘한국형 홈쇼핑’을 앞세워 세계 7개국에 진출했다.
CJ오쇼핑은 2017년 미국 QVC를 넘어 글로벌 1위 홈쇼핑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외 사업의 성장을 전제로 한 계획이다. 2020년 취급액 20조원 중 70%인 14조원을 해외에서 올린다는 계획이다. 김윤구 CJ오쇼핑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은 “이 같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 유럽 진출을 추진하고 인수합병(M&A)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CJ오쇼핑이 국내 홈쇼핑 중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2000년대 초 국내 홈쇼핑 시장은 기존 CJ홈쇼핑과 GS샵에 더해 현대, 롯데, 농수산홈쇼핑까지 출범해 경쟁이 심했습니다. 당시 경영진은 국내에만 매달려서는 성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인도 일본 베트남 태국 필리핀에 진출해 ‘아시아 홈쇼핑 벨트’를 만들었고 터키에 합작사를 설립해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죠.”
▷해외 부문에서는 언제부터 이익을 낼 수 있습니까.
“올해부터 해외 사업에서 지분법 이익을 낼 것입니다. 작년까지 적자였는데 이제 흑자전환 하는 거죠. 올해 2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고 내년부터 이익 규모가 100억원 이상씩 증가할 것입니다. 국가별로 보면 10년 전에 진출한 중국에서는 이미 흑자를 내고 있고요. 베트남과 인도도 올해 중 흑자로 돌아설 것입니다. 필리핀은 작년 10월에 진출했는데 불과 5개월 만에 흑자를 냈습니다. 보통 해외에 진출할 때 만 5년은 지나야 흑자를 낸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일찍 흑자로 돌아서는 곳이 나오고 있죠.”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한국형 홈쇼핑’이 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홈쇼핑을 보면 보통 한 시간에 5~6개 상품을 소개합니다. 상품당 시간이 10분밖에 안 되니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죠. 반면 한국 홈쇼핑은 한 상품을 30분~1시간씩 소개해요. 1시간 동안 상품 설명만 늘어 놓으면 지루하겠죠. 그래서 게스트를 초청해 수다도 떨고 음악도 깔고 패션쇼도 하고 오락적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보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이죠.”
▷‘한류’도 한몫 했겠죠.
“물론입니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한류 덕분에 한국산 제품이 ‘프리미엄 상품’으로 통합니다. 국산 제품이 실제로 품질이 좋기도 하고요. 한국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합작 형태로 진출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은 없습니까.
“합작사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스타TV와 합작한 인도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홈쇼핑 경험이 없는 스타TV 측에서 최고경영자(CEO)를 파견한 것이 한 원인이었죠. CJ오쇼핑 측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보낸 뒤로는 경영이 안정됐습니다. 인도에서는 지난 5월 새로운 합작 파트너를 구했습니다. 현지 소비자와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죠. 한국 홈쇼핑에서는 옷, 화장품 등 ‘개인형 상품’이 주류지만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주방용품 등 ‘가족형 상품’의 비중이 높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진출 계획이 있습니까.
“중장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지금 있는 사업장만으로는 안 됩니다. 더 많은 나라로 진출해야 합니다. 미국 유럽 중남미까지도 진출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나가 있는 국가에서도 영역을 넓혀야 돼요. 중국에서는 동부 해안 외에 청두 충칭 시안 등 내륙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인도네시아를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은 성장세가 둔해졌는데 대응 방안이 있습니까.
“홈쇼핑이라는 유통 형태 자체의 문제보다는 소비 위축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TV 홈쇼핑의 성장은 둔해질지 몰라도 모바일 등 새로운 채널을 통한 구매는 늘어날 것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TV 홈쇼핑을 보면서 구매는 스마트폰으로 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죠. 이런 ‘옴니채널’ 시대에 맞춰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고 CJ오쇼핑만의 혜택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 홈쇼핑 임직원들이 납품을 대가로 뒷돈을 받은 사실이 얼마 전 드러났는데요.
“CJ오쇼핑은 상품기획자(MD)가 한 분야를 3년 이상 맡지 못하게 합니다. 실제로는 1년~1년 반 만에 담당자를 교체하죠. 납품업체와 유착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임직원 명함엔 감사팀 연락처도 적혀 있습니다. 협력업체가 부당한 일을 당하면 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런 시스템과 임직원 개개인의 노력 덕분에 CJ오쇼핑에서는 지금까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CJ오쇼핑 주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가가 지난 1월 고점을 찍은 뒤 다소 주춤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관련 투자를 많이 하면서 비용 부담이 늘어난 것에 대해 투자자들이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기에 단기 조정엔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부문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CJ오쇼핑의 경쟁력과 주가를 동시에 높일 것입니다.”
유승호/이현동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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