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리랑과 사랑에 빠진 신인가수 박규리를 만나다

입력 2014-07-14 09:12  


[서혜민 기자] 7월의 어느 늦은 저녁 심금을 울리는 노랫소리가 bnt뉴스 스튜디오를 감쌌다. 그 노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소리, 바로 ‘아리랑’이었다. 

가요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우리의 귀를 정화해준 이는 바로 가수이자 국악인으로 알려진 박규리. 2014년 5월 ‘사랑의 아리랑’과 ‘숟가락 젓가락’이라는 노래로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진 그는 청초한 마스크와 간드러진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누구보다도 국악을 사랑하고 아리랑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를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박규리와의 인터뷰는 그의 소신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음과 동시에 그의 노래까지 감상할 수 있는 그야말로 ‘퓨전’ 인터뷰였다.

■운명과도 같았던 국악과의 인연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라는 연극에 등장했던 모든 곡을 작곡해 대구연극제무대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팔방미인 박규리. 그는 가수와 국악인이라는 타이틀을 지녔다. 게다가 국악 교육인까지 총 세 개의 타이틀을 가진 ‘우월한 유전자’다.

“외삼촌이 국악을 전공하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국악이라는 장르가 굉장히 친숙했어요. 그러다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아쟁이라는 악기를 시작하게 되었죠. 이후 대구시립국악단에서 아쟁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너무나도 좋은 우리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교육적으로 전달하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중앙대학교 국악 교육대학원에서 국악 교육학을 전공했어요”

이후 박규리가 처음 국악 강연을 한 곳은 바로 한국교원대학교. 수많은 선생님들 앞에서 하는 강연은 박규리에게 긴장 그 자체였다. 하지만 박규리는 그때의 첫 강연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강연라고 말한다.

“그날 긴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 앞에서 설명 위주의 강연을 하면 분명 지루해질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분들에 비해 어렸던 제가 뭔가를 가르치려 들면 오히려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조금 더 쉽게 선생님들께 다가가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박규리가 생각한 강연 방식은 바로 악기와 노래 그리고 국악에 관한 이야기가 가미된 ‘퓨전 강연’. 박규리의 신명 나는 강연에 청중들은 조금씩 빠져들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국악 트로트’라는 장르까지 탄생하게 됐다. 

박규리는 강단에서 뿐만 아니라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군부대의 군악대와 함께 연주하며 유명세를 타게 된 것. 당시 에이트의 이현, 슈퍼쥬니어의 이특, 뮤지컬 배우 배승길, 배우 지현우와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에 기획사 사무실이 등장하는데 그곳에 제 사진이 걸려있어요. 다 지현우씨 덕분이죠. 현우씨도 그렇고 다른 연예인분들께 제가 가수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다들 많이 놀라시더라구요. 트로트라는 말에 또 한 번 놀라시구요. 강연을 하거나 악단에서 연주하는 단장의 모습이 더 익숙하신가 봐요”

■국악과 국민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다


얼마 전 중국이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려고 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눈 뜨고 코가 베일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리랑을 사랑하는 국악인으로서 박규리는 당시 그 사건에 분노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저는 강연을 할 때 우리나라에 민요가 몇 도나 있는지 꼭 하는 질문해요. 그런데 슬프게도 정확히 아시는 분들이 많이 없으세요. 우리나라에는 다섯 도의 민요가 있거든요. 창법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지만 민요마다 우리나라의 정서나 혼이 온전히 들어있기 때문에 이걸 잘 알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 중국이 유네스코에 아리랑을 등재하려고 했던 만행과 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 옛날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하에 있었을 때에도 일본은 우리나라 국민을 상대로 민족 문화 말살 정책을 대동해 우리나라의 정서와 혼을 앗아가려 했다. 또한 국악을 술집이나 교방에서 울리게 해 국악을 천하디천한 음악으로 각인시키려 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식민지배하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스스로 우리 문화와 정서를 멀리하는 것 같아요. 이런 현실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어서 더 열심히 노래도 하고 강연도 한답니다”


박규리와의 인터뷰가 더욱 흥미로웠던 까닭은 인터뷰 중간 중간에 들을 수 있는 그의 음색 덕분이었다. 민요 몇 소절을 잠깐 잠깐씩 부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는 뇌리를 떠나지 않을 만큼 고왔다.

“노래에 관한 한 제 강점은 다양한 창법으로 노래를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국악이나 트로트 모두 가냘프고 예쁘게 불러야 하는 곡이 있는 반면 굵고 애절하게 또는 구슬프게 불러야 하는 곡이 있죠. 저는 그런 다양한 창법을 소화하기 위한 연습을 많이 해요. 그러다 보니 하나의 곡도 다양한 느낌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것, 그게 저만의 장점이자 색깔인 것 같아요”

국악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에 관해 물었다. 이 질문에 박규리는 “국악이 고리타분하고 재미없고 어려운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악을 전공하고 그 전통을 이어가는 분들도 중요하지만 사실 국악은 대중들에게 더욱 널리 퍼져야 하는 음악 중 하나이거든요. 제가 그 가교 역할을 잘해서 국민들이 외국 친구들에게 ‘우리나라에는 이런 민요가 있는데 이것은 어떤 지역의 민요이고 창법은 이렇게 달라’하는 정도의 설명이라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리랑은 사랑이다


이렇듯 박규리는 소박하지만 누구보다도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송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국악을 재미있게 대중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래를 하고 강연을 하는 것이지만 제가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 국악을 알릴 수 있는 곳이 더 많아지는 거잖아요. 아직 신인이지만 열심히 해서 국악을 더 많은 분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그의 생활 속에는 국악이 온전히 배어있다. 특히 국악에 사용되는 악기의 경우 손을 떼면 감을 잊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는 하루에 10분, 20분씩이라도 시간을 투자해 연습한다. 이동하는 중에는 늘 민요를 틀어놓고 그 느낌과 감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박규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바로 ‘아리랑’. 아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박규리는 사랑에 빠진 듯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리랑을 생각하면 괜스레 좋으면서도 짠해져요. 우리나라의 한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노래이기 때문에 일본이 그렇게 음흉화 했었고 아리랑에 관한 속설이 난무했었잖아요. 그래서인지 눈을 감고 아리랑을 듣고 있으면 그냥 마음이 찡해지고 울컥하는 거 있죠? 우리나라 정서는 우리 모두 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악에 대해 잘 몰라도 아마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낄 거예요. 아리랑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제공: w스타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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