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LG의 오픈 이노베이션

입력 2014-07-17 20:36   수정 2014-07-18 05:38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LG전자가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소비자들로부터 직접 받겠다며 만든 사이트 ‘아이디어 LG(www.idealg.co.kr)’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문을 연 지 1주일이 채 안돼 2000개가 넘는 아이디어들이 출품됐다.

소비자들은 전자제품 생활제품 사물인터넷(IoT) 등 분야에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상품의 아이디어 제안서를 등록하면 된다. 보상도 파격적이다. 제품 판매 수익이 발생하면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해당 제품 매출의 4%를 준다. 매출이 100억원 정도가 된다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무려 4억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이디어 하나로 부자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아이디어로 부자 되는 시대

상품이나 제품을 회사 내부가 아니라 외부의 협력과 참여를 통해 개발하는 것을 ‘개방형 혁신’이라는 의미에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라고 부른다. 20세기까지 이런 일은 거의 없었다. 기업은 기술과 노하우를 생명으로 알고 철저히 비밀을 지켜가며 내부에서만 연구개발(R&D)하는 것을 철칙으로 알아왔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효시는 세계 최고의 생활용품업체인 P&G다. 이 회사는 2000년께 위기에 봉착했다.

그 타개책으로 당시 최고경영자(CEO) 래플리가 내놓은 방향이 바로 개방형 혁신이다. 기존의 R&D가 아니라 외부와 연결(connect)해서 개발한다는 의미에서 C&D로 바꾼 것이 바로 이때 도입된 혁신 모델이다. P&G는 이후 2년간 100개 이상의 상품을 쏟아낸 것을 비롯해 매출 수익 주가 등 모든 부문에서 5년 만에 2배 가까운 성공을 거뒀다.

최근 성공사례로는 미국의 쿼키(Quirky)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창업 4년 만인 지난해 수익 5000만달러를 올렸고 회원은 60만명이 넘는다. 국내에서도 적잖은 기업들이 협력업체 등 외부와의 협력을 키워드로 하는 개방형 혁신을 하고 있다.

내부 개발제품과 경쟁체제 필요

이런 성공 사례를 보면 LG전자의 이번 오픈 이노베이션이 새로울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미 있는 것은 기존 소비재 회사가 직접 소비자들을 상대로 그것도 공격적으로 개방형 혁신을 선언했다는 점에 있다.

LG전자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마케팅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마케팅에 중점을 두게 되면 일회성 이벤트가 되고 결국 지속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지 못한다. 두 번째로는 시장성 있는 것만 고르겠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그건 내부 개발 때의 평가방식일 뿐이다. 그런가 하면 내부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NIH(not invented here·우리가 개발한 제품이 아니야) 신드롬’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고객참여형 제품과 별개로 직접 개발형 제품도 경쟁체제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20대들이 창업해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르는 일이 자주 뉴스가 되곤 한다. 앤젤투자자도 거의 없고 창업의 가치를 낮게 보는 우리 풍토에선 어려운 일이다. LG전자 같은 아이디어 플랫폼이 많이 나온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국민들이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적인 히트상품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의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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