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학력 매춘부·미술계 큰손 마피아

입력 2014-07-17 21:37  

플로팅시티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368쪽 / 1만6000원



[ 최종석 기자 ] 부유한 은행가의 딸이자 하버드대 출신의 여성이 성매매 브로커로 활약하고, 흑인 마약 판매상이 자신의 구역인 할렘을 벗어나 소호의 갤러리를 드나든다. 상류층 자제가 포르노 영화를 제작하면서 재능 있는 영화인을 발굴하려 한다.

수디르 벤카테시 컬럼비아대 사회학 교수는 10년간 지하경제를 탐사하며 첨단 자본주의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뉴욕의 새로운 네트워크 현상을 포착한다. 가난한 이민자, 거리의 마약상, 매춘부 등 과거에는 빈민 지역의 경계 안에만 머물렀던 도시 하층민들이 제자리를 떠나 경계를 뛰어넘으며 관계를 만들고 새 정착지를 찾아 떠다니고 있었다. 또한 부유한 고학력자, 상류층도 지하 세계 안에서 엮이고 있었다.

벤카테시 교수는 《플로팅시티》에서 뉴욕의 지하경제 종사자들인 매춘부, 마약상, 이민자들의 모습과 이들과 연관된 사교계 명사들의 이야기를 모아 사회학적 성찰을 마치 소설처럼 풀어나간다.

그는 특히 섹스산업이 계층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정의한다. 그가 인터뷰한 고급 성매매 종사자는 모두 중산층 출신이고 예술가를 꿈꾸거나 판매원, 비서 같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상류층 자제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하기 위해, 혹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포주가 되기를 자처한다.

그는 이처럼 경계가 허물어지는 원인으로 ‘문화 자본’을 꼽는다. 음악, 미술 같은 문화적 지식이 널리 공유됨으로써 계층이나 인종의 차이를 없애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뉴욕에서는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옷을 입고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성공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전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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