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악화되는 '돈맥경화', 활력 잃은 경제

입력 2014-07-21 20:32   수정 2014-07-22 04:56

"돈 돌지 않아 통화승수 지속 하락
미래 불안 탓 소비·투자 동반부진
금리인하·통화공급 방법 강구해야"

오정근 < 한경硏 초빙연구위원·아시아금융학회장 joh@keri.org >



통화승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통화승수는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량 대비 시중 통화량이 몇 배나 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피가 잘 돌아야 하는 것처럼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돈이 잘 돌아야 한다. 한국은행이 본원통화를 공급하는데도 시중 통화량이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을 보이면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다. 신용경색이나 경제위기 발생 시 통화승수는 하락한다.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공급에도 불구하고 시중 통화량이 증가하지 않아서 통화승수가 하락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가계나 기업의 현금통화비율이 증가할 때다. 경제주체들이 투자하거나 소비할 형편이 되지 못하거나 심각한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보유를 늘리는 경우다. 둘째, 은행들이 예금인출에 대비해 예금의 일정 비율을 보유해야 하는 필요지급준비금을 초과해서 지급준비금을 보유하는 경우다. 은행은 흔히 금융위기 시 예금인출 사태에 대비해 초과지급준비금을 보유한다. 이 두 경우에는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공급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돈은 증가하지 않아서 통화승수는 하락하고, 돈맥경화 현상이 발생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서는 통화승수가 5년째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협의통화(M1)의 승수는 2009년 9월 6.15배에서 올 5월 5.14배로, 광의통화(M2)의 승수는 같은 기간 25.74배에서 19.48배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같은 기간 월평균 본원통화는 10.8% 증가했는데도 M2는 6.0% 증가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맥경화 현상이 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위기 이후 5년째 통화승수가 하락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현금통화비율의 지속적인 증가다. 금융위기 이후 월평균 본원통화는 10.8% 늘어난 데 비해 현금통화는 18.4% 증가하고 있다. 통화승수 계산 시 사용되는 요구불예금 대비 현금통화비율이 2009년 6월 0.26배에서 2014년 5월에는 0.45배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M2를 구성하고 있는 예수금 증가율은 낮아졌다. 특히 머니마켓펀드(MMF), 수익증권 등 실적 배당형 금융상품과 매출어음, 발행어음의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현금보유비율 증가와 예수금 증가율 둔화는 가계나 기업들이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 불확실성을 여전히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는 소비를 못 하고 기업은 투자를 못 하고 있다. 민간소비는 2012년 이후 2% 내외의 낮은 증가율을 지속하다가 올 1분기 중에는 전기비 0.2%로 급락하고 있고, 설비투자증가율은 작년에 마이너스 1.5%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 중에도 전기비 마이너스 1.9%를 지속하고 있다. 실적 배당형 금융상품의 마이너스 성장세 지속은 주식시장이 4년여간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금융시장도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가 실물, 금융 양면에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위기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통화승수 결정요인의 또 다른 변수인 초과지급준비율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아직 예금은행들이 예금인출 급증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5년째 통화승수 하락 지속 등 경화된 경제 혈맥을 다시 돌아가게 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금리인하는 물론 미국처럼 비전통적인 양적완화 정도는 아니더라도 본원통화를 더 공급하는 양적 통화공급 정책을 고려하는 등 통화정책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오정근 < 한경硏 초빙연구위원·아시아금융학회장 joh@keri.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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