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양복점 '엘부림', 필리핀 대통령도 입은 사연 … 박수양 대표 중기청장상 수상 '영예'

입력 2014-07-22 10:20   수정 2014-07-22 11:25

[ 김근희 기자 ]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맞춤양복점 '엘부림' 박수양 대표(63·사진)는 맞춤양복을 하나의 작품이라 표현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옷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4 소상공인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중소기업청장상)을 수상한 것도 46년째 한 길을 걷고 있는 그의 장인정신 덕분이다.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도 제가 만든 옷이 정말 몸에 잘 맞는다고 좋아하셨어요."

21일 만난 박 대표는 지난해 6월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의 미담을 전해주며 웃었다. 당시 라모스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로서 정전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자청해 옷을 만들었다. 박 대표는 "(내가) 1951년생 '6.25둥이'인데 참전용사들 덕분에 내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쁜 마음으로 옷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970년 대 말 기성복이 등장하면서 맞춤양복집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엘부림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옷이 한 달에 채 10벌도 팔리지 않았다.

아버지의 맞춤양복집이 점점 더 힘들어지자 아들 승필 씨가 나섰다. 연세대 영문학도로 영어교사를 꿈꾸던 그는 2009년 꿈을 접고 가업을 잇겠다고 결심했다.

승필 씨는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였는데 비싼 돈을 주고 몸에 맞지도 않는 기성 양복을 사입곤 했다. 맞춤양복이란 개념이 생소해서였다" 며 "제가 (아버지와) 함께해 젊은이들에게 맞춤양복을 입히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아버지로부터 재단 기술을 배우며 맞춤양복점을 함께 운영 중이다.


이들 부자가 자체개발한 '에스라인(S-line)' 패턴은 정장을 입었을 때 등의 곡선을 S자로 드러나게 만든다. 기존 맞춤정장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올인원 피팅 시스템(All-in-one fitting system)은 고객 편의를 위한 엘부림만의 시스템이다. 박 대표는 100여개의 체형을 패턴으로 만들었다. 세분화된 패턴에 고객의 체형을 맞춰보고 미세한 부분만 손질하면 되기 때문에 고객들은 한 번만 매장을 방문하면 된다.

신체치수 측정(체촌), 재단, 가봉 등의 단계를 거쳐 완성된 옷을 찾아갈 때까지 고객이 3~4번씩 방문해야 하는 다른 맞춤양복점과 차별화 했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이제는 20~30대 손님이 전체의 85% 가량을 차지한다. 40만~50만 원의 가격에 명품 스타일의 양복을 맞출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점 손님들이 급증하고 있다. 5년 전 월 매출이 500만 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억 원을 넘나든다.

승필 씨는 "저희의 강점은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부터 저 같은 젊은 세대의 요구까지 다 맞춰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엘부림을 맞춤정장의 대표 브랜드로 만드는 것. 엘부림 브랜드화를 위해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박 대표는 "유니클로도 일본 도쿄의 작은 양복점에서 시작했다" 며 "맞춤정장 하면 엘부림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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