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아기용품 구입때도 증여세 면제 확대 검토
손자·자녀 명의 주식투자…비과세 상품 도입 추진
[ 서정환 기자 ]
도쿄 가구라자카에 사는 구사하라 마유코(가명·79). 그는 최근 미즈호은행에서 7명의 손주 이름으로 각자 300만엔(약 3000만원)씩 ‘교육자금증여신탁계좌’에 들었다. 조부모가 손주 교육비를 대 주면 손주 1인당 1500만엔까지 증여세가 면제되는 금융상품이다. 구사하라씨는 “세 명의 자녀가 자식들 교육비 부담으로 헉헉대는 모습에 결단을 내렸다”며 “이 상품이 없었다면 내야 했을 130만엔의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비증여비과세 상품 확대
‘잠자는 노인 자금’을 깨우려는 일본 정부의 정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4월 한시적인 판매상품으로 도입한 교육비증여비과세상품 판매 기한을 내년 말에서 2~3년 연장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이 상품은 은행 등의 전용계좌에 미리 교육비 용도로 돈을 맡기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부모나 조부모가 사망해도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본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교육비증여 비과세제도 시행 1년 만(3월 말)에 관련 상품 계좌 수는 6만7000계좌, 금액은 4500억엔으로 불어났다. 처음 출시될 때 예상한 2년간 5만4000계좌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인기를 감안해 일본 정부와 여당은 올해 말 세제위원회에서 제도 연장을 공식 결정할 예정이다. 판매시기 연장 뿐 아니라 증여세 면제 대상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학비나 학원 수업료 등에만 제한돼 있는 것을 출산비용이나 아기용품 구입 등 육아와 관련된 비용까지 비과세가 가능하도록 늘리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개인들의 재산 증식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어린이용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2016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이 이제 막 성인을 대상으로 NISA와 비슷한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를 도입하기로 한 데서 한발 더 나가는 것이다. 연 100만엔 한도 내에서 주식 등 투자로 얻은 배당이나 이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상품이다. 조부모나 부모가 0~18세 손자나 자녀 명의로 투자하는 경우에도 비과세된다.
○고령층 금융자산 1000조엔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고령자에게 편중된 금융자산을 자식이나 손자에게 이전시켜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려는 의도에서다. 일본은행과 가계금융동향조사에 따르면 일본 가계 금융자산은 주가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말 1644조7000억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중 60세 이상 고령층 금융자산이 1000조엔에 육박한다. 연령별 가계 금융자산보유액(평균)도 20대, 30대는 각각 219만엔, 379만엔인 데 비해 60대, 70대 이상은 1535만엔과 1581만엔이다.
이들 노령층의 자금이 씀씀이가 큰 젊은 세대로 흘러가야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일본 정부는 소비 촉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초엔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했고, 일본 기업들은 올해 2.28%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는 16년 만의 최대폭이다. 여름 보너스도 사상 최대폭인 8.8% 올렸다. 일본 정부는 또 연료전지자동차 판매 확대를 위해 대당 약 200만엔의 보조금 지급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연내 시판될 도요타 연료전지차는 700만엔대 가격이 500만엔대로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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