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 경제정책] '지도에 없는 길' 선택한 최경환 경제팀

입력 2014-07-24 22:09   수정 2014-07-25 04:25

자본축적 억제하고
고용유연성 옥죄면서
내수 활성화에 총력



[ 조진형 / 이태명 기자 ]
새 경제팀이 24일 발표한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해 재계는 기업 사내 유보금 과세를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증되지 않은 설익은 세제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오히려 소득 양극화, 이중과세, 신규 채용 감소 등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내놓기 전부터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지만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최경환 경제팀의 불안한 실험’이라는 지적이다.

○‘최경환식’ 세제 패키지

기업소득환류세제는 12년 전 폐지된 기업 사내 유보금 과세(비상장사의 배당 회피를 막기 위한 과세)를 변형한 방식이다. 과세 기준을 기업에 쌓여있는 과도한 유보금이 아니라 기업이 향후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바꿨다. 현재까지 쌓아둔 유보금에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세제는 구체적으로 기업(중소기업 제외)의 한 해 배당금과 임금 상승분, 투자금이 당기이익의 일정 비율(α%)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에 대해 법인세를 징수한다는 구조다. 정부의 과세 기준이 당기이익의 70%, 세율 15%로 결정됐다고 가정해보자. A기업이 2015년 당기이익 1000억원을 올렸다면 70%인 700억원이 가계소득 증대에 활용돼야 한다. 배당금으로 300억원, 임금 증가분 100억원, 투자금 200억원 등 총 600억원을 썼다면 미활용액 100억원에 세율 15%를 적용, 법인세 15억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셈이다.


과세가 즉각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이익을 내더라도 임금 인상이나 투자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2~3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미활용액을 2~3년 뒤에도 투자나 배당, 임금으로 쓰지 않을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 목표대로 2015년 제도가 시행되면 실제 과세는 2017~2018년부터 이뤄진다.

기재부는 과거 사내 유보금 과세와 달리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가계소득 확대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 등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가계소득확대세제의 경우 임금을 높여주는 기업에 3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당해연도 평균임금 상승률이 최근 3년간의 평균 임금상승률보다 높은 기업에 초과분의 10%(대기업은 5%)를 세액공제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평균 상승률을 넘어선 임금 상승분의 10%를 정부가 대주는 셈이다.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시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임금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례없는 정책에 재계 혼란

재계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아 세부안이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국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수정될지 알 수 없다. 세법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이 확정돼야 세부안이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별, 기업별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잣대로 과세하면 부채가 많아 원금 상환도 쉽지 않은 기업은 어쩌라는 것이냐”며 “얼마(α%)를 과세기준으로 삼을지도 나오지 않아 계산기를 두들겨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칫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임금을 올릴 수 있는 곳은 이익을 많이 내거나 현금자산이 많은 일부 대기업에 한정돼 있다”며 “대다수 중견·중소기업들은 이익 규모가 작아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임금을 올려줄 처지가 못 된다”고 전했다.

한 민간연구기관 연구원은 “현재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의 90%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데 대다수 중소기업은 정부가 일부를 지원해줘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여력이 없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기업들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도 “사내유보금 과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조진형/이태명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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