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이 제품, 벌써?③] "유산균? 균 덩어리 아냐?"…오해딛고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입력 2014-07-25 10:34  

수십년 동안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식품 회사들의 안정적인 캐쉬카우로 자리잡고 있는 '메가 브랜드'들이 적지 않다.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접하지만, 세상에 첫선을 보인지 30년을 훌쩍 넘긴 제품들이다. 라면부터 과자, 우유 등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장수 브랜드들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유산균? 균 덩어리를 왜 먹지?"

건강식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1970년대 초반. 한국야쿠르트가 1971년 국내 최초로 유산균 발효유 '야쿠르트'를 출시하자 이같은 오해가 많았다. 또 어떤 소비자는 식사대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또 어떤 소비자는 약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같은 오해를 벗기 위해 생소한 야쿠르트 제품에 대한 '과학성'을 널리 알리는 홍보 전략을 펼쳤다. 유산균의 설사 및 변비예방과 소화를 돕는 '정장작용', 유산균의 대사산물에 의한 피부미용, 영양 증진 등의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장내 부패 세균의 억제로 인한 건강과 장수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한국야쿠르트 영업사원과 1971년 47명에서 현재 1만3000여명으로 늘어난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야쿠르트의 효능에 대해 알리면서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출시 첫해 야쿠르트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1만1457개였으며, 1977년 8월에는 하루 평균 판매량 100만병을 돌파한 데 이어 1983년 6월에 300만병, 1989년 5월에 500만병, 1994년 4월에는 800만병씩 팔려나가는 전성기를 누렸다.

2012년 9월에는 국내 식음료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누적 판매량이 450억병을 돌파했다. 지금도 매일 250만병가량이 판매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제품 하나로 1년에 12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43년 전 발매 당시 판매가격이 25원이던 '야쿠르트'의 현재 판매가격은 170원으로, 6.8배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시내버스 요금, 짜장면 값, 주택 가격이 50~80배 오른 점을 감안하면 가격 상승폭이 낮은 '서민형 제품'이다.

지속적인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야쿠르트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불황의 여파에도 판매량이 꾸준해 불황기일수록 익숙한 장수브랜드가 잘 팔린다는 속설을 입증하고 있다.

위염, 위궤양의 대표적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하는 발효유로 잘 알려진 '윌'도 한국야쿠르트의 효자 제품으로 꼽힌다.

1998년 한국 성인의 사망원인 중 위암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발표됐는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위암 발생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성인의 75% 이상이 균에 감염돼 있어 이 균을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부각됐다. 한국야쿠르트는 1997년부터 이 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발효유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해, '윌'을 개발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1982년에 처음 발견됐지만 국내에서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언론과 의학계에서 이 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하는 발효유라는 윌의 콘섭트는 이런 시대적 분위기에 딱 맞으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0년 8월 출시된 '윌'은 처음부터 고객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회사 측에서는 당초 마케팅목표를 하루 20만 개 정도로 설정했으나 2주 만에 주문량이 30만개를 넘어섰다. 이에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하는 한편 생산설비를 늘리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4개월 후인 2001년에는 하루 판매량이 40만개를 넘어섰으며 현재는 하루 60만개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 '윌'은 이후 2004년 위 건강에 집중된 콘셉트를 위와 장까지 확장했고, 2008년에는 윌 석류·복분자 라인업 더해 맛을 다양화했다. 또한 2010년 전통소재를 강화한 저지방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연구소장은 "한국야쿠르트 발효유제품이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고객 덕분"이라면서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해 고객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 이민하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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