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유병언 이례적 브리핑…불신·의혹 잠재우려 나선듯

입력 2014-07-25 13:36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놓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었다.

국과수는 25일 유씨의 신원과 사인을 정밀 감정한 결과를 언론에 발표했다.

이런 사건의 경우 국과수에서 감정 결과가 나오면 이를 의뢰했던 수사기관에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국과수가 감정을 의뢰한 수사기관에 한해 관련 내용을 제한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원칙인 점을 고려하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국과수는 유씨의 사인 감정 진행과정을 물으면 "감정기관이 의뢰 기관이 아닌 다른 곳에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한발 물러난 자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이미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국과수가 직접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처음 나왔을 때에도 국과수는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국과수가 결국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은 발견된 변사자가 유씨가 아니라든가, 시신을 바꿔치기했다든가 하는 세간의 온갖 설과 의혹들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장 과학적인 기법을 사용하는 권위 있는 감정기관으로서 비과학적인 추측이 떠도는 것을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번 사안이 전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고, 세월호 참사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 또한 국과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적인 수사내용이기 때문에 모든 감정 내용을 정확히 알려 드리고자 많은 부분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또 "오로지 과학적 지식과 방법으로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이번 감정에 임했다"며 "의혹을 완전히 풀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많은 불신과 오해가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과수는 25년 법의학 전문가인 서 원장을 발표자로 세우고, 이례적으로 시신 사진과 컴퓨터단층촬영 등 분석 자료에 상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감정 결과를 공개했다.

또 이 자리에 권위 있는 민간 법의학 전문가들을 참석시켜 국과수 발표 내용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해 신뢰성을 높였다.

대한법의학회 소속 민간 전문가들은 일제히 국과수 발표 내용이 법의학적으로 합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의혹 제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강신몽 가톨릭대 교수는 "사인이 불명인 것에 대해 동의하고 공감한다"며 "이렇게 부패한 시신에서 사인을 밝혀내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창륙 조선대 교수는 "머리와 몸이 분리됐다고 해도 법의학적으로는 한 사람, 유병언씨인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국과수가 애초 예정했던 날짜보다 하루 더 늦게 결과를 발표한 것 또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실수나 오류를 줄여 신뢰성을 높이고자 신중함을 기울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 원장은 전날 국회 안전행정위 긴급 현안질의가 끝난 뒤 오후 9시께 연구원에 돌아와 밤을 새우며 직접 브리핑 준비를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과수가 이처럼 법의학적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사인이 '판명 불가'로 나오면서 많은 의혹이 단번에 완전히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검찰과 경찰은 유씨 시신이 발견된 시점이나 장소 등 주변 정황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사인을 밝혀내 남은 의혹을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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