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철'이 돌아왔다

입력 2014-07-27 20:40  

電車 등 원화강세에 어닝쇼크…홀대 받던 건설·조선·기계·철강
'깜짝실적' 내놓으며 주가 강세…삼성엔지 추정보다 영업익 2배

"당분간 시장 허리 역할 할 것"…화장품·음식료株도 전망 밝아



[ 허란/강지연 기자 ]
2분기 실적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 증시 ‘투톱’인 삼성전자현대차의 성장세가 꺾인 탓에 초반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다. 반면 그동안 부진했던 건설·조선·기계·철강 등 소재·산업재 종목은 예상을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당분간 이들 소재·산업재 종목이 증시에서 대표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전망된다.

◆소재·산업재 업종 실적 ‘약진’

27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54개 상장사(코스닥 포함) 중 절반에 가까운 20개사의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밑돌았다. 이 중 삼성전자를 비롯한 8개사는 추정치를 10% 이상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했고 원화 강세가 지속된 영향 등으로 정보기술(IT)과 자동차 관련주의 실적이 부진했다. 삼성테크윈이녹스 등 주요 부품주의 실적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삼성SDI는 추정치와 잠정실적 간 괴리율이 97%에 달했다.

현대차(전년 동기 대비 -13%) 기아차(-31.6%) 등 자동차주의 실적도 우려했던 것보다 더 부진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정유주들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원화 강세 여파로 수출주 실적은 대부분 꺾였다.

반면 그동안 ‘낙제생’ 취급을 받았던 소재·산업재 관련주는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어닝시즌의 ‘숨은 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건설주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전망치(298억원)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7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현대건설 현대산업 등도 추정치보다 20~40% 많은 ‘깜짝실적’을 내놓았다. 주가도 강세다. 지난달 말 5만1900원까지 떨어졌던 현대건설은 25일 6만2100원에 마감됐다. 저점 대비 19.6% 올랐다. 현대산업 역시 5월 저점 대비 43.7% 뛰었다.

현대제철 포스코 등 철강주는 철광석 가격 하락과 환율 하락이 겹호재로 작용했다. 현대제철은 추정치(3240억원)보다 16% 많은 376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포스코의 영업이익도 8391억원으로 예상치(8004억원)를 웃돌았다. 삼성중공업이 예상치보다 40% 이상 많은 262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조선주들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IT·자동차 빈자리 메울 것”

IT 자동차 등 증시 주전 선수들의 부진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소재·산업재 관련주들의 실적이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대장주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바닥을 찍은 건설·기계·철강주가 당분간 주식시장의 허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종목이 증시 우등생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분기 실적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단연 원화 강세다. 그러나 악재에도 선방한 종목은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 원화 강세에 IT·자동차 수출기업 실적이 부진하게 나왔지만 아모레퍼시픽·오리온 등 아시아 내수시장을 겨냥한 소비재는 양호한 이익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엔 환율 이슈가 어느 정도 누그러진 만큼 이익 감소폭이 둔화되고,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중국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돼 화장품·식품 등 소비주 전망이 밝다”며 “한샘 LG하우시스 KCC 등 건설자재 종목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수혜를 받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허란/강지연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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