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新 중견 기업 열전] 1. 형지 ③ 성장통 겪는 패션왕국…커지는 재무부담

입력 2014-07-28 16:49  

이 기사는 07월11일(14: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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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인수합병(M&A)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했던 패션그룹형지를 코너로 몰아넣었다. 작년에만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M&A에 쏟아부은데다 경기침체 여파로 재고부담마저 크게 늘어서다. 실제 2009년 720억원에 불과했던 차입금은 지난해 2692억원으로 불었다.

최 회장이 그룹의 중심인 패션그룹형지에 대해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보’를 올해 목표로 제시한 배경이다. 패션그룹형지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원부자재 구매량을 줄이는 동시에 ‘재고 털기’에 나서 올 상반기에 270억원 안팎의 빚을 갚았다. 회사측은 “올해 1000억원이 넘는 단기차입금을 갚을 수 있는 만큼 위기상황은 아니다”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형지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기적인 재무부담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사업성에 있다”고 말한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세’(勢)를 불리면서 가격대가 비슷한 형지의 영역을 파고들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반면 형지가 야심차게 진출한 아웃도어는 노스페이스 K2 등 기존 브랜드의 벽에 막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형지가 M&A로 손에 넣은 기업들과 시너지를 내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몇년 뒤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IB업계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수익은 줄고 빚은 늘고
크로커다일레이디와 노스케이프 등을 거느린 패션그룹형지가 ‘매출 4000억원 벽’을 넘어선 건 2011년이었다. 2009년 2639억원, 2010년 3767억원에서 2011년 4126억원으로 불었다. 하지만 수익성은 외형과 반대로 움직였다.

이는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9년과 2010년 패션그룹형지의 EBITDA는 각각 362억원과 318억원이었다. 매출액 대비 EBITDA율은 각각 14%와 8% 수준. 하지만 연매출 4000억원 시대로 접어든 2011년(227억원), 2012년(191억원), 2013년(226억원)에는 오히려 200억원 안팎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출액 대비 EBITDA율은 반토막이 됐다.

패션그룹형지의 재무제표를 ‘엉망’으로 만든 건 다름 아닌 M&A였다. 작년에만 바우하우스 빌딩을 사들이느라 777억원을 썼고, 인천 송도에 제2본사 부지를 구입하느라 1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계열사인 우성I&C와 함께 에리트베이직을 인수하는 데도 목돈을 쏟아부었다.

빚 내서 인수자금을 마련하다보니 2009년 116억원에 불과했던 순차입금(총차입금 720억원-현금성자산 604억원)은 지난해 2199억원(총차입금 2692억원-현금성자산 493억원)으로 4년만에 19배나 불었다. 특히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1312억원)과 유동성장기부채(200억원)가 전체 빚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빚의 ‘질’도 나빠졌다. 이자부담 역시 2012년 38억원에서 지난해 74억원으로 2배 가량 늘었다.

IB업계 관계자는 “형지의 신용도를 감안하면 은행들이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차환해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재무구조가 눈에 띄게 악화된 만큼 금리 인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흐름도 눈에 띄게 악화됐다. 지난해 패션그룹형지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156억원(EBITDA 226억원-비현금항목 70억원)이었다. OCF에서 운전자본투자를 뺀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얼마 만큼의 돈을 벌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패션그룹형지의 작년 NCF는 ‘-610억원’이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전년보다 각각 588억원과 210억원 늘면서 운전자본투자 규모가 766억원에 달한 탓이다. NCF에서 M&A 등으로 인한 자본적지출(889억원)을 차감한 잉여현금흐름(FCF)은 -1499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자금사정이 나빠지자 패션그룹형지는 지분 100%를 보유한 ‘유일 주주’인 최 회장에 매년 지급해온 배당금을 작년에는 주지 않았다.

◆치고 올라오는 유니클로, 안 뚫리는 아웃도어
IB 업계는 형지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중저가 패션브랜드 위주로 구성된 사업 구조에서 찾고 있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의 ‘한국 침공’이 거세지면서 형지가 움켜쥐고 있는 ‘중저가 아줌마 옷 시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유니클로 한국판매법인인 FRL코리아의 지난 회계연도(2012년 9월~2013년 8월) 매출은 6940억원으로, 1년전(5049억원)보다 37%나 늘었다. H&M도 지난 회계연도(2012년 12월 1일~2013년 11월) 매출(1226억원)이 1년전(899억원)보다 36% 확대됐다. 자라 역시 지난해 두자릿수 성장세(12%·2038억원→2273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패션그룹형지의 매출은 4150억원에서 404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샤트렌(1123억원→1245억원)과 우성I&C(612억원→643억원)는 소폭 늘었지만, 유니클로나 H&M의 상승폭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20~30대 중심이었던 고객층이 40~50대로 넓어지고 있다”며 “이랜드(스파오)와 삼성에버랜드(에잇세컨즈) 등 국내 톱 패션기업들이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선보인 것도 형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형지가 공격해야 할 아웃도어 시장은 좀처럼 뚫리지 않고 있다. 형지는 2011년 ‘노스케이프’와 ‘와일드로즈’의 국내 판권을 인수하며 아웃도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아웃도어 시장은 노스페이스-K2-코오롱스포츠-블랙야크-네파 등 ‘빅5’가 견고한 성을 쌓아놓은 상태였다. 대기업인 삼성에버랜드(빈폴아웃도어) LG패션(라푸마) LS네트웍스(몽벨)조차 ‘조연’으로 밀려날 정도다. 여기에 콜핑, 디스커버리 엑스페디션 등 신규 브랜드도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극심한 경쟁 탓에 노스케이프와 와일드로즈는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만큼 뒤늦게 뛰어든 노스케이프나 와일드로즈가 다른 브랜드 매출을 갉아먹으면서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 이랜드 등 ‘유통거인’들과 맞붙어야 하는 아울렛 사업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품구성 및 매장운영 노하우나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버거운 상대라는 이유에서다.

◆M&A기업 실적 개선중
형지는 자체적으로 최근 2년 동안 인수한 기업들은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기존 브랜드와 시너지를 내면서 실적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2012년 4월 인수한 우성I&C의 경우 인수 직전 해인 2011년 63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회사 측은 올해 이익이 5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수호 패션그룹형지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는 우성I&C의 실적이 좋아진 이유에 대해 “형지 산하로 들어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형지와 각종 시스템을 공유하고 협력하면서 상당한 비용이 절감됐다는 이유에서다. 강 상무는 “형지가 인수한 뒤 140개 안팎이었던 우성I&C의 협력업체 수를 70개로 줄이고 국내 생산 물량을 형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및 베트남으로 옮기는 식으로 원가를 10% 가량 절감했다”며 “형지의 신용도를 활용해 연 7~8%였던 대출금리도 4~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바우하우스도 형지의 품에 안기면서 좋아진 케이스다. 작년 초 입점 브랜드의 30% 가량이 짐을 싸고 나가면서 썰렁했던 매장은 지난해 5월 형지가 인수한 뒤 입점율이 100% 가까이 올라섰다. 회사측은 올해 흑자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이자 M&A의 중심축인 패션그룹형지도 올 들어 재무구조가 다소 개선됐다. 최 회장의 ‘내실 다지기’ 지시에 따라 원부자재 구매량을 줄이는 동시에 재고로 남은 옷을 파는 데 힘을 쓴 결과 상반기에 순차입금을 270억원 줄였다.

강 상무는 “옷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만큼 올해 구매자금 대출규모를 700억원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작년에 팔다남은 재고를 처분해 현금화하면 모두 1000억원에 이르는 단기차입금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작년말 300%에 달했던 패션그룹형지의 부채비율을 200%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고 강 이사는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재무전문가들은 패션그룹형지가 보다 적극적인 ‘빚 갚기’ 전략을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형지의 재무상태를 감안할 때 지금 필요한 것은 상환의무와 이자부담이 없는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유휴자산을 매각하거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이는 방안을 고려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경영수업 들어간 2세…향후 구도는 어떻게
1953년생인 최 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의사와 결혼한 장녀 혜원 씨(34)는 패션그룹형지에서 전략기획본부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아들 준호 씨(30)는 우성I&C에서 마케팅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 회장의 두 자녀는 형지 계열사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바우하우스 운영법인인 ㈜바우하우스의 경우 혜원 씨와 준호 씨가 50%씩 갖고 있다.

두 사람은 2012년 우성I&C를 인수할 때도 참여했다. 당시 최 회장은 본인이 20.41%를 매입하고, 두 자녀가 각각 10.26%씩 인수하는 형태로 우성I&C 대주주 지분을 사들였다. 현재 남매의 우성I&C 지분율은 각각 3.67%로 축소됐다. 대신 남매가 지분 100%를 나눠 갖고있는 바우하우스가 6.28%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유상증자와 지난 3월 에모다와의 합병을 거치면서 실질적인 지분율은 소폭 축소됐다. 하지만 우성I&C가 에리트베이직 지분 19.2%를 보유한 최대
주주란 점에서 남매는 에리트베이직에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남매가 지분을 갖고 있는 또다른 계열사는 형지리테일이다. 최 회장 49%, 혜원 씨 31%, 준호 씨 20% 순으로 나눠갖고 있다. 크로커다일 대리점 및 아울렛 매장을 운영하는 형지리테일은 지난해 매출 762억원에 1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알짜회사다.

하지만 그룹의 핵심인 패션그룹형지는 여전히 최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구도는 최 회장이 패션그룹형지를 누구에게 넘겨주느냐에 달린 셈이다.

강 상무는 “최 회장이 한창 일할 나이인데다 자신이 직접 일군 사업인 만큼 승계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동혁/오상헌 기자 otto8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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