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보이지 않았어요" 세월호 아비규환 이틀째 학생 증언

입력 2014-07-29 18:59  

세월호 승무원 재판 이틀째 증인신문에 나선 생존 학생들은 당시 아비규환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더군다나 적극 구조에 나섰어야 할 책임자급 승무원이나 해경의 도움을 받았다는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29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A양은 "친구들과 아침식사를 하고 숙소인 4층 B28 선실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 때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고 힘들었던 기억을 다시 꺼냈다.

A양에 따르면 배가 기울면서 한쪽으로 쏠린 짐이 선실 출입문을 가로막았다. 떨어지던 짐에 맞아 허리까지 다친 A양은 어쩔 줄 몰라 소리를 지르며 문을 두드렸다. 굳게 닫힌 문은 옆방에 있던 일반인 승객들에 의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그 틈새로 빠져나온 A양에게 옆방 승객들은 구명조끼와 커튼을 뜯어 만든 구명줄을 건넸다.

기울어진 선내에서 구명줄에 의지해 한발씩 힘겨운 발걸음을 옮긴 A양은 마침내 갑판에 대기하던 해경 헬기에 몸을 싣고 탈출에 성공했지만 당시를 떠올리면서 "친구들을 한 순간에 잃어버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B양은 먼저 복도로 나간 친구가 손을 잡아줘 선실을 빠져나오고도 배가 왼편으로 기운 탓에 복도에서 우현까지 갈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그 때 일반인 승객이 커튼으로 만든 구명줄을 내려줬고 B양은 우현에 도착한 뒤에도 위쪽에서 누군가가 고무호스를 내려줘 간신히 갑판에 올라설 수 있었다.

C양은 "배가 기울 때 캐비닛이 떨어지면서 친구들이 깔렸고 이후 선실에 물이 차 둥둥 뜬 캐비닛을 타고 출입문까지 가서 친구 손을 잡고 방에서 빠져나왔다"며 "학교 애들이 대부분…. 실감이 안 난다"고 말을 흐렸다.

한 학생은 탈출 직전 승객 구조에 힘쓰다 미처 배에서 나오지 못한 승무원 박지영 씨를 봤다며 "승무원 언니가 구명조끼 입었냐고 묻고는 달려가다가 4층 로비 쪽으로 굴러 떨어졌다"고 말해 증언을 듣던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다른 학생들도 친구들과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구조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으나 이 과정에서 해경은 보지 못했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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