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안나오는' 삼성-반올림 백혈병 협상… 장기화 예상

입력 2014-07-30 15:58  

두 달째 직접 대화에도 뚜렷한 성과없는 장기화 국면
삼성 "보상안부터 "-반올림 "재발방지 먼저" 기존 입장 되풀이 우려




[ 김민성 기자 ]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환자 및 유족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인권단체 반올림 간 4차 대화가 30일 오후 2시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재개됐다.

지난 16일 3차 협상을 가진 뒤 보름 만이다. 두 달간 직접 대화에도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아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구체적 보상안 협의 뿐만 아니라 입장차가 큰 재발방지책 마련, 추가 사과 요구 등의 합의점을 찾는 게 급선무다.

반올림 측은 지난 협상과 마찬가지로 보상안보다 재발방지책 마련에 집중할 방침이다. 반올림 측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이날 대화장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나 "더이상 같은 문제의 환자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재발 방지가 시급하다" 며 "삼성전자는 그간 보상 문제만 거론했지 실질적인 작업장 관리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황 씨는 지난 3차 협상 때도 "삼성전자가 두루뭉술한 제안만 하고 있다" 며 "반도체 공장 질병 및 환자가 더 생기지 않게 할 재발 방지 방안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황 씨의 딸인 유미 씨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2005년 6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투병 끝에 2007년 3월 사망했다.

삼성전자 측 협상 대표인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사업장의 안전문제는 사업 당사자인 우리로서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고 이를 위한 노력을 가족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려 한다"고 밝혔다. 백 전무는 지난 대화 때 "근로자 안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왔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백 전무는 반올림 측의 반복적 사과요구가 협상 발목을 잡고 있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그는 "대표이사를 포함해 우리 측이 3차례나 사과했지만 반올림이 사과 요구만 2시간 반이 넘게 계속해 대화가 지연됐다" 며 "가족 입장을 이해해 성실히 설명할 계획인만큼 반올림도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 진전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올림 측은 그간 삼성의 사과가 미흡하다고 판단, 보다 전향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협상 때 삼성전자는 우선 협상에 참여 중인 8명에 대한 보상 문제부터 한달 내로 신속히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반올림은 산업재해 보상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해야한다고 맞섰다.

재발방지 관련 삼성전자는 독립적 제3의 기구에 종합진단을 맡기자는 입장이다. 반올림은 반도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부터 공개하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은 1·2차 협상에서 ▲ 보상 규모 및 대상 확정, ▲ 재발 방지 대책 마련, ▲ 관련 고소 취하 등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 지난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백혈병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한 바 있어 추가 사과 요구에 대한 온도차는 여전하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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