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롤랜트, 벨트 손상 막는 '컨베이어 롤러' 국산화…20여國 수출 '작은 거인'

입력 2014-08-01 07:00  

산업단지, 혁신의 현장 - 기술수출로 로열티 받는 '강소기업' 대양롤랜트

문래동 20㎡ 월세공장서 창업
하루 16시간 기술개발 '올인'
산업단지 클러스터 활동 도움

고무조립 롤러 등 신제품 속속
지식재산권 20여건 취득
베트남에 기술전수 로열티 수입

시화에 갤러리같은 공장 준공
외국 바이어에 좋은 인상 심어
"아들과 함께 5대양 누벼야죠"
경영포인트
① 컨베이어 롤러 24년 '외길'
② 과감한 해외시장 개척
③ 기술 수출로 로열티 수입



[ 김낙훈 기자 ]
경기 시화에 있는 대양롤랜트는 종업원 40여명에 연매출 100억원 안팎의 평범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컨베이어용 롤러를 사가는 외국 기업 국적이 20여개국에 이른다. 로열티를 내고 기술을 배우겠다는 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비결은 뭘까.

나복남 대양롤랜트 사장(61)은 이름대로 복이 많은 기업인인 듯하다. 우선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판교아파트’에 당첨돼 현재 서판교에 산다.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공장용지 분양에도 당첨돼 갤러리처럼 멋진 공장을 짓고 지난 5월 준공식을 열었다. 시화호를 매립해 만든 시화MTV는 인근 시화산업단지 땅값의 절반 수준에 분양돼 경쟁이 치열했다.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 이런 행운이 따랐지만 그의 인생은 땀과 수고의 연속이었다. 대양롤랜트는 컨베이어용 롤러 전문업체다. 이 제품을 미국 일본 동남아 등 20여개국에 수출한다. 이 회사는 신제품(NEP) 인증만 세 건에 이르고 특허 등 지식재산권이 20여건에 달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해외에 기술을 수출해 로열티 수입도 쏠쏠하다. 이미 베트남에 기술을 수출해 로열티를 받고 있고 또 다른 해외 기업과 막바지 기술 수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양롤랜트가 이런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나 사장의 열정이 있었다. 경기 여주 출신의 나 사장은 20대 초반에 상경한 뒤 1977년부터 영등포시장 부근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경원극장 뒤에 있는 공구 유통업체에서 베어링 롤러 등 각종 기계부품을 판매했다.

이 일대는 청계천과 함께 수도권 기계부품 유통의 양대 메카였다. 각종 베어링 나사 공구 등이 이곳에서 영등포와 부천 인천 등지의 기업으로 팔려나갔다.

부품 유통에 자신을 얻은 나 사장은 4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1981년 대양상사라는 유통업체를 설립했다. 롤러 부품 등을 판매했다. 몇 년 이 일을 하면서 국산화 꿈을 키워갔다.

나 사장은 “당시만 해도 일본 등지에서 들어온 수입품은 무척 비싸 중고 부품의 유통이 활발했는데 품질은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질 좋은 롤러를 국산화하기로 마음먹고 1990년 문래동에 20여㎡ 규모의 월세공장을 얻어 직원 한 명과 함께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37세 때였다.

하지만 유통과 제조는 전혀 다른 분야였다. 재료를 구하는 일부터 쇠를 깎고 다듬고 기술적인 물성을 맞추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나 사장은 “비좁은 공장에 기계를 들여놓고 하루 16시간씩 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엔 작업복이 땀과 기름에 절었다. 말이 사장이지 판매점 사장에서 기능공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기술 개발에 대한 집념을 바탕으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이 회사가 만드는 롤러는 컨베이어 이송을 돕는 부품이다. 컨베이어는 주로 화력발전소의 석탄 운반이나 시멘트 공장의 석회석, 레미콘 공장의 시멘트 등 벌크 원자재 이송에 쓰이는 것을 의미한다.

나 사장은 “컨베이어가 주로 옥외에 설치되기 때문에 롤러 역시 외부의 기온 변화나 비·바람·먼지에도 고장이 잘 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화력발전소나 시멘트 공장처럼 수 ㎞에 이르는 컨베이어를 운용하는 회사들은 롤러 고장으로 컨베이어 작동이 멈출 경우 큰 피해를 입는다. 특히 롤러 고장에 따른 이상 과열은 화재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 사장은 “기존 일부 롤러의 경우 날카로운 롤러의 모서리에 컨베이어 벨트가 손상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우리는 롤러의 모서리를 원형으로 성형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충격 흡수를 위해 고무를 ‘코팅’해 사용하는 롤러를 폐기 처분할 때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것을 해결하려고 롤러에 링 모양 고무를 끼워 조립하는 형태의 제품을 선보였다. 수명이 다 된 롤러에서 고무를 벗겨내면 쇠와 고무를 각각 재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품에 접목했다.

이를 통해 기술표준원의 심사를 거쳐 우수 기계류 및 부품 분야에서 세 건의 NEP 인증을 획득했고 20건이 넘는 지식재산권도 얻었다. 대통령 표창, 산자부 장관 표창 등 모두 7건의 표창 및 포상을 받았다.

나 사장은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사들의 동반성장 정책을 통해 NEP 인증 제품을 개발해 납품 실적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출까지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발전사들은 값비싼 수입 제품을 대체해 원가를 줄일 수 있었다. 상생모델인 셈이다.

대양롤랜트는 한국전력 산하의 5개 발전소에서 정비적격업체 인증을 받았고 보령 당진 영흥 하동 태안 삼천포 등 10여개 화력발전소에 제품을 납품했다. 현대시멘트 라파즈한라시멘트 한일시멘트 등 10여곳의 시멘트 및 레미콘 업체에도 공급했다. 이 밖에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포스코 등에도 설치했다. 미국 캐나다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지에 판매망도 확보했다.

나 사장은 문래동에서 시화산업단지(1650㎡ 규모의 공장)를 거쳐 지난 5월 시화MTV로 옮겼다. 시화산업단지 시절부터 산업단지공단의 클러스터 활동에 참여해 기술을 축적했다.

그는 기술개발 못잖게 멋진 공장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바이어가 찾아오면 우선 공장을 보고 그 회사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 사장은 “문래동 시절에는 공장이 하도 허름해 바이어가 찾아온다고 하면 이런 저런 이유를 대고 나중에 보여주겠다고 시간을 끈 뒤 시화산업단지로 옮겼는데 그곳도 너무 좁아 애를 먹었다”며 “이제는 마음놓고 공장과 연구소 사무실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게다가 183㎝의 훤칠한 키에 적극적인 성격을 지닌 아들 나동혁 경영지원팀장(33)이 생산 기술 영업 수출 등 모든 분야를 빠른 속도로 배우고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 가운데 2세들이 골치아픈 제조업을 이어받지 않겠다는 곳이 많아 가업 승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은데 이 문제를 조기에 해소하고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대양롤랜트는 ‘뛰어난 롤러 제품으로 5대양을 힘차게 헤쳐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명처럼 나 사장은 롤러 분야에서 글로벌 강소기업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시화=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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