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 매출부진 브랜드 100개 없앤다

입력 2014-08-03 21:13   수정 2014-08-04 03:39

래플리 CEO, 구조조정 승부
"유니레버에 더 밀릴 수 없어"…돈 되는 70~80개만 남기기로

시장 환영…주가 3% 급등



[ 강영연 기자 ] 세계 최대 생활용품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의 최고경영자(CEO) 앨런 래플리가 ‘브랜드 구조조정’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래플리 CEO는 지난 1일 실적발표회에서 전체 브랜드 중 성적이 좋은 70~80개만 남기고 나머지 90~100개는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P&G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조직을 가볍고 민첩하게 만들기로 했다”고 분석했다.


○매출 제자리걸음, 투자자 불만 커져

래플리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P&G의 CEO로 일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가 재임했던 10년간 P&G 매출은 두 배, 순이익은 네 배 늘었다. 2010년 자신이 직접 고른 후계자 로버트 맥도널드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떠났다.

하지만 맥도널드 취임 후 P&G는 경쟁사 유니레버에 밀리는 등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소비자가 고가인 P&G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흥국 진출도 실패했고,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에도 소극적이었다. 실적 부진으로 주주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지난 5월 래플리가 복귀했지만 회사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6월로 끝난 2014회계연도 P&G 매출은 830억달러(약 86조1540억원)로 전년 대비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익도 3% 늘어난 116억달러를 기록했다. WSJ는 “래플리 첫해 성적은 맥도널드 때보다 나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안 되는 브랜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WSJ는 “P&G 전체 매출의 90% 이상은 타이드(세제), 팸퍼스(기저귀), 올레이(화장품) 등 주요 브랜드 몇 개가 내고 있다”며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사업을 단순화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위 브랜드만 남긴다…시장은 환영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 래플리가 어떤 브랜드를 매각하고 남겨둘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다만 픽소덴트(틀니용 접착제), 드레프트(유아용 세제) 등 틈새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브랜드는 매출은 작지만 매각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매출이 크더라도 경쟁사에 뒤지는 브랜드는 팔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래플리 CEO는 “브랜드 매출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며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선택하고 있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 1% 하락했던 P&G 주가는 브랜드 매각 발표 후 3% 오른 79.65달러로 마감했다. 인수합병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등은 각 브랜드의 매각 가능성 등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B&G푸드, 피나클푸즈 등의 기업은 브랜드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각이 당장 진행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WSJ는 “브랜드를 목록화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며 “팸퍼스는 전 세계에서 같은 이름으로 쓰이지만 주방세제는 미국에서 던, 영국에선 페어리, 일본에선 조이 등으로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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