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서/김보형 기자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새 경제팀이 발표한 주택활성화 정책으로 시장은 상당히 들떠 있다. 하반기에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주택시장이 깊은 침체기에 빠진 이후 ‘오매불망’ 기대해왔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완화됐을 뿐만 아니라 2주택자에 대한 전세 소득 과세 철회 방침도 나왔다. 내집 마련 디딤돌 대출 자격 확대, 청약제도 개선 등 주택 수요 확대 대책도 발표됐다. 그동안 ‘집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에 딱 부러지는 대답을 내놓지 않았던 전문가들도 내집 마련에 나서라는 주문을 내놓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투자 전략은 뭘까.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거래 꿈틀
전문가들은 요즘 상황을 보면 주택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한다. 거래 증가와 미분양 감소, 아파트 낙찰가율 반등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주택시장 거래 정상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실제로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은 이미 지난달부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6000건에 달했다. 여름이 주택시장 비수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수치다. 전월의 5200건보다도 늘어났고 작년 동기(2118건)의 두 배를 크게 웃돈다. 지난 3월 9484건까지 늘어났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주택 임대소득 과세 방안 여파로 4월부터 석 달 연속 감소했다가 다시 반등세를 탔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부동산시장 침체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선반영된 결과로 생각한다”며 “주택 거래량은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미분양 아파트도 줄었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하는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5만257가구로 6개월 만에 17% 감소했다. 집이 다 지어진 다음에도 팔리지 않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지난해 말 2만1751가구)은 좀처럼 처리가 되지 않아 ‘악성 물량’으로 분류되는데 같은 기간 4% 줄었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경매 낙찰가율은 85.3%로 한 달 전(84.1%)에 비해 상승했다. 지난해 7월(78.3%)보다는 7%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늘어가는 상황이다.
분양시장 활기
하반기에는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DTI와 LTV 규제 완화 등 정부 대책으로 주택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활기가 더해질 것”이라며 “집값 상승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현묵 신한은행 PWM 투자자문부 부동산팀장도 “지난해 9월이 주택시장의 최저점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과거 부동산 급등기와 같은 시세차익을 거두기는 어렵겠지만 내집 마련을 하는 것이 전·월세를 살면서 이사 다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분양시장이다. 금융규제 완화와 함께 유주택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청약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예고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에서는 신도시의 교체 수요가 예상되고 지방에서는 투자 수요가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김연화 기업은행 PB고객부 부동산팀장은 “분양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지면 인기 지역 청약 경쟁률이 치솟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무주택자들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의 문을 두드릴 만하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분양권에 웃돈(프리미엄)이 형성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망지역으로는 수도권의 경우 서울 강남과 마곡지구, 위례신도시 등이 꼽혔으며 지방에서는 도심권에서 재건축·재개발로 분양되는 대구와 부산의 도심권 아파트가 거론된다.
기존 주택도 관심이다. 박 대표는 “집을 고를 때 주택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역세권 등 주거여건이 좋아 월세 가격이 높고 환금성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수요자들이 많은 곳을 골라야 만일의 경우에도 퇴로가 열린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주택 구입으로 큰 폭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정도까지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며 철저하게 실수요자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별 장단점 잘 따져야
재건축시장에 대해서는 전망이 갈린다. 특히 규제 완화의 대표적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이 그렇다. LTV에 발목이 잡혀 있던 수요가 살아나면서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과 추가 분담금 등 투자 리스크가 여전해서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박 대표는 “대출금액이 늘어나면 투자 수요가 많은 재건축 단지들도 혜택을 보게 된다”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개선키로 한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안전 문제가 크지 않더라도 주거환경이 열악하거나 노후화된 건물에 대해서는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삼성동 진흥, 일원동 개포한신, 개포동 우성3차, 개포동 현대1차, 개포동 경남1차, 방배동 신동아, 신천동 장미1~3차 등이 대표적인 수혜단지다. 반면 김 팀장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재건축 분담금으로 난항에 빠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꽤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아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는 여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시장은 영종·송도·청라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이들 지역은 부동산 투자이민제도의 최소 투자액이 7억원에 5억원으로 낮아질 전망이어서 중국과 동남아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임 팀장은 “인천은 미분양 가구가 7000여가구에 달하지만 외국인 투자로 미분양이 해소되면 기존 주택가격 회복과 거래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LTV·DTI 규제 완화로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확대됨에 따라 추가로 늘어난 대출금이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단, 상가 투자는 리스크가 크고 추가로 대출금을 받을 수 있는 여력도 한계가 있어 소액 투자가 가능한 2억~3억원대 단지 내 상가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김 팀장은 “배후 주택 단지가 두텁고 실제 투자금액이 많지 않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올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지난해 연간 금융소득 4000만원 초과에서 2000만원 초과자로 확대된 점도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면 최고 41.8%의 세율이 적용된다. 현재 1년짜리 예금 금리가 연 2.7%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금액이 8억원 안팎이면 금융종합소득과세 대상이 된다.
박종서/김보형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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