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로버트 벤모셰 AIG 최고경영자, 보험아닌 증권·은행서 잔뼈 굵어
타깃·테스코·인포시스, 사상 처음 외부 사령탑 영입
월마트, 美본사 경험 전혀 없는 아시아법인 대표를 CEO로
[ 이심기 기자 ]![](http://www.hankyung.com/photo/201408/2014080638441_01.8970839.1.jpg)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는 지난 2분기 순익이 30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나 증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피해자들이 낸 집단소송과 관련해서도 9억6000만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경영전문 잡지 포브스는 로버트 벤모셰 AIG 최고경영자(CEO)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극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일궈내면서 회사를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2009년 8월 AIG 사령탑에 임명된 벤모셰 CEO는 보험이 아닌 증권과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다.
업종 파괴·고객사 임원 영입
최근 미국에서는 AIG처럼 다른 업종의 외부인사를 CEO로 영입하는 대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내부에서 요직을 거쳐 기업 문화와 조직을 이해하는 ‘준비된 CEO’ 후보군이 아닌 전혀 다른 업종의 전문가나 고객사 임원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것이다. 내부인사라도 미국 내 경험이 전혀 없는 사실상 외부인사를 CEO에 앉히는 파격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CEO 업종 파괴는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부 혁신과 사업 구조조정을 제3자에게 맡기는 것이 보다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벤모셰 CEO가 핵심 자산인 AIA생명을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추락하던 AIG를 살려낸 것도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CEO 업종 파괴 현상은 지난달 31일 미국 2위 대형 할인점 타깃이 브라이언 코넬 전 펩시 임원을 새로운 사령탑에 앉히면서도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타깃이 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CEO로 영입, 지난해 말 터진 고객 정보 유출 사건과 이로 인한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데 나섰다고 전했다.
영국 최대 소매유통업체인 테스코도 지난달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필립 클라크 CEO 후임에 유니레버(테스코에 삼푸·비누 등 납품)의 데이브 루이스 고객관리 부문 사장을 영입했다. 테스코도 95년 역사에서 외부인사를 사령탑에 앉힌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나이가 49세에 불과하고 소매영업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에게 직원만 50만명이 넘고, 시가총액이 370억달러에 달하는 공룡기업을 맡긴 데 대해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인도의 대표적 아웃소싱업체인 인포시스도 최근 설립 이래 처음으로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 SAP 출신인 비샬 시카에게 기업 경영의 전권을 맡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포시스는 창업자들이 줄곧 경영을 맡았지만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외부 수혈의 배경을 설명했다.
비용 증가·내부직원 사기저하 우려
지난달 이뤄진 소매업체 월마트의 CEO 교체도 전혀 예상치 못한 파격 인사였다. 사업 부진을 이유로 미국법인 CEO인 빌 사이먼을 내보낸 뒤 후임에 미국 경험이 없는 그레그 포란 아시아법인 대표를 기용한 것. 월마트는 지난 1분기 최근 5년 만에 가장 저조한 매출을 기록했다.
온라인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미국 매출 비중이 60%가 넘는 월마트가 CEO 자리를 미국 시장에서 한 번도 근무하지 않은 인물에게 맡긴 것은 전례가 없다”며 “전자상거래와 소규모 상점 확대 등 아시아 시장의 전략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외신은 “다른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마케팅, 경영 노하우를 접목해 기업 경영에 색다른 관점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는 도나 던 테커인터내셔널 컨설턴트의 발언을 전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외부인사 영입에 따른 스카우트 비용 증가와 기존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로버트 벤모셰 AIG 최고경영자, 보험아닌 증권·은행서 잔뼈 굵어
타깃·테스코·인포시스, 사상 처음 외부 사령탑 영입
월마트, 美본사 경험 전혀 없는 아시아법인 대표를 CEO로
[ 이심기 기자 ]
![](http://www.hankyung.com/photo/201408/2014080638441_01.8970839.1.jpg)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는 지난 2분기 순익이 30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나 증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피해자들이 낸 집단소송과 관련해서도 9억6000만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경영전문 잡지 포브스는 로버트 벤모셰 AIG 최고경영자(CEO)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극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일궈내면서 회사를 되살렸다고 평가했다. 2009년 8월 AIG 사령탑에 임명된 벤모셰 CEO는 보험이 아닌 증권과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다.
업종 파괴·고객사 임원 영입
최근 미국에서는 AIG처럼 다른 업종의 외부인사를 CEO로 영입하는 대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내부에서 요직을 거쳐 기업 문화와 조직을 이해하는 ‘준비된 CEO’ 후보군이 아닌 전혀 다른 업종의 전문가나 고객사 임원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것이다. 내부인사라도 미국 내 경험이 전혀 없는 사실상 외부인사를 CEO에 앉히는 파격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CEO 업종 파괴는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부 혁신과 사업 구조조정을 제3자에게 맡기는 것이 보다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벤모셰 CEO가 핵심 자산인 AIA생명을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수술을 통해 추락하던 AIG를 살려낸 것도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CEO 업종 파괴 현상은 지난달 31일 미국 2위 대형 할인점 타깃이 브라이언 코넬 전 펩시 임원을 새로운 사령탑에 앉히면서도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타깃이 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사를 CEO로 영입, 지난해 말 터진 고객 정보 유출 사건과 이로 인한 실적 부진을 만회하는 데 나섰다고 전했다.
영국 최대 소매유통업체인 테스코도 지난달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필립 클라크 CEO 후임에 유니레버(테스코에 삼푸·비누 등 납품)의 데이브 루이스 고객관리 부문 사장을 영입했다. 테스코도 95년 역사에서 외부인사를 사령탑에 앉힌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나이가 49세에 불과하고 소매영업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에게 직원만 50만명이 넘고, 시가총액이 370억달러에 달하는 공룡기업을 맡긴 데 대해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인도의 대표적 아웃소싱업체인 인포시스도 최근 설립 이래 처음으로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 SAP 출신인 비샬 시카에게 기업 경영의 전권을 맡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포시스는 창업자들이 줄곧 경영을 맡았지만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외부 수혈의 배경을 설명했다.
비용 증가·내부직원 사기저하 우려
지난달 이뤄진 소매업체 월마트의 CEO 교체도 전혀 예상치 못한 파격 인사였다. 사업 부진을 이유로 미국법인 CEO인 빌 사이먼을 내보낸 뒤 후임에 미국 경험이 없는 그레그 포란 아시아법인 대표를 기용한 것. 월마트는 지난 1분기 최근 5년 만에 가장 저조한 매출을 기록했다.
온라인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미국 매출 비중이 60%가 넘는 월마트가 CEO 자리를 미국 시장에서 한 번도 근무하지 않은 인물에게 맡긴 것은 전례가 없다”며 “전자상거래와 소규모 상점 확대 등 아시아 시장의 전략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외신은 “다른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마케팅, 경영 노하우를 접목해 기업 경영에 색다른 관점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는 도나 던 테커인터내셔널 컨설턴트의 발언을 전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외부인사 영입에 따른 스카우트 비용 증가와 기존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 같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