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주영 해수부장관 이제 면도할 때 됐다"

입력 2014-08-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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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119일
아직 못찾은 실종자 10명 4층 방 1곳만 수색 남아

높아지는 복귀 목소리
한·중·일 물류장관회담 등 李장관 참석할 현안 많아



[ 김재후 기자 ] 11일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남 진도에서 먹고 잔 지 119일째다. 기자는 115일째 되는 지난 7일 진도를 다시 찾았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4월16일, 이 장관과 인터뷰(본지 6월9일자 A12면)하기 위해 진도를 찾은 6월2일에 이어 세 번째였다. 공교롭게도 진도를 찾는 날마다 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이 장관은 6월에 만났을 때보다 눈에 띄게 수척한 모습이었다. 4월16일 이후로 한 번도 깎지 않았다는 수염은 조선시대 사극에 나오는 인물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의 일정은 변함이 없었다. 오전 7시30분 실·국장과 회의한 뒤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둘러보며 수색 지휘하고 실종자 가족을 만난다. 잠은 진도군청 내 7평 남짓한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해결한다. 에어컨은 없다.

아직 찾아내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는 열 명. 이 숫자는 7월18일 이후 줄지 않고 있다. 태풍 영향도 있다. 태풍 소식이 전해지면 전원 철수다. 태풍이 소멸될 때까지 수색이 중단된다. 보통 태풍 하나에 3~4일씩이다.

가족들은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여전히 남아 있다. 수색 소식을 간절하게 기다리기는 이 장관도 마찬가지다. 아직 수색을 못한 곳이 있지만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 그래서 애가 탄다.

세월호에서 수색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4층 선미의 좌현에 있는 방 1개(SP-1)다. 이 방은 바다 쪽으로 맨 밑에 깔려 있다. 중간과 우현의 SP-2와 SP-3에서 쏟아진 가구와 집기들이 쌓여 있다. 이미 훑었지만 집기를 전부 들어내고 다시 수색을 꼼꼼하게 하면 세월호 내부는 모두 살펴본 것이라고 한다. 열 명의 실종자 숫자가 얼마나 줄어들지가 그 방에 달려 있는 셈이다.

진도군은 이미 썰렁한 느낌이다. 진도군청 2층 대회의실에 마련된 임시기자실은 텅 비어 있다. 임시기자실 옆 진도군청 건설기술지원단이 쓰던 사무실에 마련된 범사고대책본부 대변인실도 이에 따라 4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들어 이 장관이 이제 진도를 정리하고 정부세종청사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그중 하나다. 반면 가족들은 불안해한다. 이 장관도 “아직 가족의 상심이 크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장관을 비롯한 정부부처가 언제까지 진도에만 있을 수 없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당장 해양특구 지정이란 현안이 있다. 4월 발의된 법인데 관련 상임위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이달 23일엔 이 장관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CPE) 총회가 이란에서 열린다. 25일엔 한국이 주도해 만든 한·중·일 물류장관회의도 일본에서 있다. 28일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해양장관들이 중국에서 회의를 한다. 모두 이 장관이 참석해야 하는 국익이 걸린 일이다. 그러나 이 장관은 물론 해수부도 이런 공식 일정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를 확인하는 기자의 질문에 “모른다”고만 했다.

여야는 지난 7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합의했다. 유병언은 사체로 발견됐다. 세월호 내부를 구석구석 수색하고 나면 이 장관도 정상적인 장관 업무를 챙겨야 한다. 해운산업을 키우고 연안 항로를 안전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이 장관은 아마 추석 때까지 팽목항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가족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장관의 현장 ‘상주(常駐)’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 장관도 이제 면도해야 할 때가 됐다.

진도=김재후 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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