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등 투자자금도 이탈 움직임
가나·세네갈에도 의심 환자
[ 김은정 기자 ]
“막대한 자원과 젊은 노동자를 등에 업은 ‘아프리카 사자’들이 ‘아시아 호랑이’를 추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묘사했던 말이다. 1990년대 아시아의 가파른 경제성장이 아프리카에서 재현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는 지난 40년을 통틀어 최악의 전염병으로 불리는 에볼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1000명에 육박한 사망자를 낸 에볼라가 서아프리카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해당 지역에서 철수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몰려들던 글로벌 사모펀드(PEF) 투자자금도 재빨리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거칠 것 없이 성장하던 아프리카 경제를 에볼라가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기업 이탈 가속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시작된 에볼라는 아프리카 최대 인구 밀집국(1억7715만명)인 나이지리아까지 확산됐다. 두 명의 추가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나이지리아의 에볼라 감염자는 9명으로 늘었고, 이 중 두 명이 사망했다. 가나와 세네갈에서도 에볼라 의심환자가 나오면서 서아프리카 전역으로의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감염자는 총 1779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961명이 사망했다. 에볼라 확산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아프리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글로벌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는 라이베리아에서 직원 10여명을 철수시켰다. 상황에 따라 추가 철수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영국항공(BA)은 이달 말까지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취항을 중단했다. 시에라리온에서 광산을 운영 중인 영국 광물업체 런던마이닝도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는 에볼라 확산을 우려해 기니의 생산시설을 잠정 폐쇄했으며, 엑슨모빌 등 글로벌 석유업체 등도 사태 파악에 분주하다.
마켓워치는 “에볼라에 대한 공포가 더 커지면 외국인이 대거 떠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아프리카 경제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른 시일 내에 에볼라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여기에 식품값까지 폭등하면 주요 감염국가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은행은 이미 에볼라 발병국인 기니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5%로 낮췄다.
◆고성장에 제동 걸릴 수도
그동안 나이지리아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의 중산층이 빠르게 늘고 기업 경영 환경이 개선되면서 아프리카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대거 몰렸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은 올해 아프리카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843억달러(약 87조3348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상 최대인 2012년을 웃도는 수준이다. 아프리카 성장 속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수준을 보이면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발돋움했다는 설명이다. 아프리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규모도 24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최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률이 올해 5.4%, 내년에는 5.8%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킨지는 세계 경제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50년까지 세 배 커지고, 아프리카의 1인당 평균 소득은 여섯 배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불안한 정세에도 풍부한 천연자원을 배경으로 성장한 아프리카 경제에 에볼라 확산은 큰 타격”이라며 “지금까지 아프리카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에볼라로 인해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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