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포커스] 아모레퍼시픽, 롯데쇼핑·현대중공업을 뛰어넘다

입력 2014-08-11 13:44  

[ 정현영 기자 ]

올해 증시는 '업종 헤게모니'의 이동이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먼저 모바일 게임주(株)가 유수의 제조업체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을 뛰어넘어 시대의 변화를 이미 증명했다.

시대상 반영의 헤게모니 변화로 유통업계도 빼놓을 수 없다. 화장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주식 가치가 얼마 전 롯데쇼핑현대중공업의 가치를 한꺼번에 뛰어넘었다.

11일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4% 안팎의 주가상승률을 보이며 장중 197만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당연히 사상 최고가 기록(196만8000원)도 새로 썼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연초에만 해도 97~98만 원선을 오갔다. 8개월여 만에 두 배 이상 몸값을 불린 셈이다.

시가총액은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10조 원을 넘어선 이후 이날 11조 원도 상향 돌파해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시총 몸값 순위는 하나금융지주(19위) LG디스플레이(20위) 삼성물산(21위)에 이어 2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23위)과 현대글로비스(24위) 삼성SDI(25위) 등은 물론 유통업계 맞형인 롯데쇼핑(28위)까지 모두 제쳤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년 전에만 하더라도 아모레퍼시픽의 시총은 롯데쇼핑 대비 4분의 1에 불과했었다. 현대중공업은 아모레퍼시픽보다 6배 이상 몸집이 컸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의 시총은 5조 원 안팎.

아모레퍼시픽이 주식시장에서 롯데쇼핑과 현대중공업을 잇따라 제친 것을 두고 하나대투증권은 '시대의 변화를 가장 빠르고 분명하게 반영하고 있다'라고 평가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증권사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의 약진은 소비의 브랜드화가 확대되고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통로를 통해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도 소비의 중심 채널에서 서서히 절대 권력을 내려놓으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모바일 쇼핑의 확대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발(發) 모멘텀(동력)이 주가를 끌어올린 현대중공업과 비교해봐도 아모레퍼시픽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과 현대중공업의 '시총 역전' 현상은 중국이 투자에서 소비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이고, 소의 '짝퉁(copy)'이 불가능한 투자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는 것.

박 애널리스트는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특수선박이 아닌 이상 개발도상국의 진출이 용이하다"면서 "또 조선은 사용 연한이 20년 이상으로 업황 사이클이 대단히 길지만, 화장품은 '짝퉁' 수요가 없는 시장인데다 소비자의 브랜드 로열티가 대단히 높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 브랜드 인지도 1위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부진한 락앤락(밀폐용기)과 대비되는데 화장품은 소모품이라는 것. 그는 "화장품은 사용기간이 6개월 이내라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레알(23배)이나 에스티로더(24배) 등 화장품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똑같은 글로벌 브랜드 업체인데도 LVMH(18배, 루이비통 등)와 KERING(16배, 구찌 등)보다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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