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예방접종 할인 말라는 서울시의사회

입력 2014-08-12 20:34   수정 2014-08-13 05:19

조미현 중소기업부 기자 mwise@hankyung.com


[ 조미현 기자 ] 서울시의사회는 최근 대형병원에 공문을 보냈다. 무분별한 예방접종 할인으로 많은 개원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예방접종을 싸게 해주지 말라는 취지였다. 서울시의사회는 “동네의원은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예방접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며 “본연의 업무를 벗어난 준공공의료기관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의 불공정한 예방접종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예방접종은 대부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대상포진 백신이나 폐구균 백신과 같은 예방접종은 일반 의원에서는 19만~20만원 선이다. 세 번을 맞아야 하는 자궁경부암 백신도 1회당 1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이보다 30%가량 낮은 값에 예방접종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대형병원은 다량으로 백신 구입이 가능하고, 예방접종 마진을 낮춰도 다른 진료 영역에서 비용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동네의원은 시설비, 임대료, 인건비 등을 직접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병원과 가격 경쟁을 하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회 주장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또 서울시의사회가 이익단체로서 일반 의원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 자체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원격진료나 영리병원 설립과 같은 의료계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의사회는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지기 위한 책무를 다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감안하면 예방접종 할인을 자제하라는 서울시의사회 주장을 국민들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듯하다. 예방접종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을 받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고통과 건강보험 재정의 추가부담을 생각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최근 국내 의료정책 방향이 사후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예방접종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비싼 예방접종을 ‘그냥 맞으라’는 서울시의사회 주장에 공감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조미현 중소기업부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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