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법정관리는 부품을 공급하던 협력사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생산량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팬택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로부터 구입하는 부품의 규모만 한 해 2000억원을 넘는다.
중소기업 등 다른 부품사 구매액까지 합하면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한 일부 중소기업은 팬택의 법정관리로 줄도산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회사들에도 악재다. 팬택이 퇴장하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는 이제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만 남게 된다. 국내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입김이 더욱 세질 가능성이 높다. 통신회사들의 협상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시장의 경쟁이 덜 치열해지면 제조회사들이 출고가를 인하할 유인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팬택은 지난해 최고급 제품군인 베가 넘버6의 출고가를 84만9000원으로 책정하면서 100만원 안팎이던 국내 스마트폰 가격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올해도 신제품인 베가 아이언2의 출고가를 78만3000원으로 낮춰 가격 경쟁의 불을 지폈다.
기존 팬택 사용자들에 대한 AS도 걱정거리다. 팬택은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최우선으로 팬택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예전만큼의 서비스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팬택의 재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통신회사들이 팬택 제품 추가 구매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진출에도 법정관리는 족쇄가 된다. 팬택 관계자는 “(법정관리로) 그나마 선전하고 있던 해외시장의 판매 계약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팬택의 내부 인력이 대거 빠져나갈 공산도 크다.
해외 매각 가능성은 남아 있다. 삼성전자를 꺾고 인도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마이크로맥스라는 회사가 최근 팬택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의 인수설도 나돈다. 중국이나 인도의 휴대폰 제조회사들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기술력은 여전히 한국 등에 비해 떨어진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직 존재감이 미미한 이유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제조기술의 향상이 불가피하다. 팬택 인수는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묘수가 될 수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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