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호 기자 ]
주식투자 경험이 있는 개인투자자라면 채권 매매는 생각보다 쉽다.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해 계좌만 개설하면 바로 매매할 수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매매하면 최소 액면금액인 1만원 단위로도 사고팔 수 있다. 주식과 가장 큰 차이는 만기가 있다는 점이다. 가격 변동성도 훨씬 작다.
다만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회사가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 있고 중도 환매 땐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꼭 알아둬야 한다.
국내 채권 대부분은 이표채
채권금리는 보통 만기 수익률(YTM·Yield to Maturity)을 의미한다. 해당 채권에 투자해 만기까지 보유할 때 얻는 모든 수익이 원금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대부분 채권은 ‘이표채’다. 이표채란 발행 당시 결정한 표면금리에 따라 연간 지급해야 하는 이자를 일정 기간으로 나눠 주는 채권이다. 일례로 3년 동안 3개월마다 250원의 이자를 지급하는 1만원짜리 채권이 있다면 이표금리는 연 10%(250×4=1000원)가 된다. 과거 실물 채권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이표(coupon)를 떼오면 이자 지급일에 현금과 맞바꿔주던 데서 유래했다.
이표채의 경우 발행가액(최초 투자자가 투자하는 돈)과 채권 액면가격(1만원)이 일치할 경우 표면금리는 곧 발행금리가 된다. 동시에 발행금리는 만기 수익률로 간주한다. 굳이 이표금리라는 개념을 따로 알아야 하는 것은 이표금리와 발행금리(만기 수익률)가 다른 경우 때문이다. 재정적으로 힘든 기업이 당장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표금리를 짜게 주고, 만기 때 원금과 모자란 이자를 몰아주는 사례가 드물지만 있다.
신용등급 체크가 가장 기본
채권의 기본 위험은 원리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신용 위험’이다. 기업분석 전문가가 아닌 개인투자자들이 판단하기 쉽지 않다.
신용평가사들은 일반인이 쉽게 부도 위험을 이해할 수 있도록 거의 모든 채권의 등급을 공시하고 있다. 등급 체계는 가장 높은 ‘AAA’에서 부도 상태를 의미하는 ‘D’까지 모두 10종류의 알파벳 조합으로 구분한다. 또 ‘AA’부터 ‘B’까지는 등급 내 상대적인 우열에 따라 ‘+’와 ‘-’ 기호를 붙여 총 20단계로 세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AA+’의 경우 두 번째로 높고, ‘B-’는 16번째에 해당하는 등급이 된다. 참고로 신평사들은 ‘BB+’ 등급 이하 채권을 투기등급으로 구분한다. 투자 결정 때 각별히 주의하라는 의미다. 지난해 9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사 역시 대부분 투기등급이었다.
채권 신용등급은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홈페이지를 활용해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 평가 의견을 담은 보고서 요약본도 제공한다. 공모 회사채의 경우 기업 위험을 상세하게 다룬 증권신고서가 존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이트에서 발행회사 이름으로 검색하면 발행 시점보다 조금 앞서 작성한 200쪽 안팎의 신고서를 찾아볼 수 있다.
만기와 유동성 고려해 선택
신용등급이 같다고 해서 위험과 금리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장기 보유에 따른 위험, 유동성 위험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이라도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다. 가격 변동폭이 크고 유동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AA-’ 등급 회사채 평균금리는 이달 초 현재 1년물이 연 2.6%, 3년물이 2.9%, 5년물이 3.2%다.
호가가 촘촘하지 못해 사고팔기가 힘든 종목도 등급 대비 금리가 높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회사채의 경우 유동성이 높은 국고채나 공사채, 금융채 등에 비해 물건을 구하거나 되팔기가 어렵다. 그만큼 중도 환매 때 손해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장기간 현금을 묻어둘 자신이 없다면 짧은 만기의 채권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만기가 주로 3개월 미만인 전자단기사채 투자도 검토해볼 만하다. 다만 전단채는 온라인 매매가 불가능하다. 또 증권사에 따라 최소 투자금액이 정해져 있다.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 스스로에게 꼭 맞는 채권을 검색하려면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본드몰(소액채권 판매정보집중 시스템)’을 활용하면 된다. 증권사들이 현재 취급 중인 채권을 목적에 따라 정렬하고 전문가 상담까지 받아볼 수 있다. 투자자 보호 강화 목적에 따라 ‘BBB+’ 이하 신용등급 채권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은 한계다.
금리 상승 시기엔 손실 가능성
채권도 주식처럼 시장 여건에 따라 적지 않은 자본차익이나 손실을 볼 수 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값은 떨어지기 때문에 손실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저금리 시기에는 연 4% 금리를 지급하는 국고채가 ‘금값’이지만, 언젠가 예금 이자가 5%로 뛰는 날엔 아무도 국고채를 제값(액면가격)에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고금리 시점에 발행한 채권은 최근 아주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011년 12월 발행하고 2031년까지 연 4% 이자를 주는 국고채가 대표적이다. 액면 1만원짜리가 현재 1만1000원 선이다. 시장금리 하락 덕분에 자본차익만 10%가 생긴 셈이다.
다수의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더 내려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더 낮춰도 시장이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재정지출 확대와 은행의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앞으로 시장금리가 반등할 수 있다”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이후엔 가격 변동폭이 작은 단기물 중심으로 투자해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채권별 혹은 신용등급별 평균금리가 하루하루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서비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자 수령 전 매도해도 소득세
채권 이자소득은 소득 발생 시점인 이자 지급일에 원천징수한다. 특이한 점은 이자를 수령하기 전 매도하더라도 채권 보유 기간에 해당하는 이자(보유 기간 이자소득)를 따로 계산해 세금을 원천징수한다는 것이다. 채권가격이 이자 지급 시점에 가까울수록 올라가고, 지급 직후엔 떨어지는 점을 반영, 전 기간에 걸쳐 이자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채권 이자소득은 연말 개인 소득의 일부로서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하는 게 원칙이다. 이자소득세율은 소득세 14%와 주민세 1.4%를 합쳐 15.4%다.
세제 혜택이 있는 상품에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권과 하이일드펀드 등이 있다. 2013년 1월1일 이후 발행한 장기채의 경우 3년 이상 보유하면 분리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분리과세 신청 시 세율은 33%다. 하이일드펀드의 경우 비우량 회사채 활성화를 목적으로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전체 자산의 30% 이상을 ‘BBB+’ 등급 이하 채권으로 채우는 조건이다. 투자자는 연말까지 가입해야 하고 펀드 계약기간이 1년 이상 3년 이하여야 한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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