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中企대출 열 올리지만…속빈강정?

입력 2014-08-13 20:49   수정 2014-08-14 03:53

'금융 보신주의' 질타에…

농협·국민·하나·우리銀 등 中企 지원책 발표 잇따라
"위험 줄이려 거래 기업만 돈 빌려줘 목표 채울 수도"



[ 김일규 기자 ] 은행들이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리는 등 각종 금융지원 방안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 보신주의’를 질타한 후 다른 은행에 뒤처질까 부랴부랴 지원 방안을 내놓는 분위기다. 수익성이나 건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작업 없이 앞다퉈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면서 일각에선 ‘대출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 중소기업 지원책 잇따라

KB금융지주는 13일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규모를 연간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일 국민은행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을 연간 5조원 늘리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5조원을 더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농협은행도 이날 중소기업 금융지원 종합계획을 내놓고 2017년까지 중소기업 여신을 12조원 더 늘리겠다고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일 자금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을 위해 5000억원을 더 빌려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 등에 올 하반기 4200억원을 공급한다. 상반기 3077억원에 비해 1123억원(36.45%) 늘어난 규모다.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중소기업 지원에 88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보신주의’ 지적에 시늉만

은행들이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설익은 대책을 쏟아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예대율을 100% 이하로 맞추도록 했기 때문에 계획처럼 대출을 늘리려면 예금을 늘릴 수밖에 없다. 6월 말 기준 시중은행 예대율은 하나 99%, 국민 98.5%, 신한 98.2%, 우리 97.9%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기에 예금을 늘리려면 경쟁 은행보다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줘야 하는데, 쉽지 않을 일”이라며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더 낮추기로 했기 때문에 결국 순이자마진(NIM)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 대출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대기업 대출 등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지만 통상 대출을 급격하게 늘릴 경우 3~5년 후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누가 책임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리스크를 고려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중소기업 대신 기존에 은행과 거래가 있는 기업 위주로 대출을 늘려 목표치를 맞출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보여주기식 ‘숫자 놀음’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신한은행이 지난달부터 기술신용평가기관(TCB) 평가를 바탕으로 대출해 준 기업 42곳 중 절반인 21곳이 기존 거래 기업이다. 하나은행은 46곳 중 19곳, 우리은행은 48곳 중 19곳이 기존 거래 기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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