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미 기자 ]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지 10년째. 한국인의 삶은 더 건강해졌을까. 최근 연구 결과 국민들은 근로시간이 줄면서 담배를 덜 피우는 반면 술자리는 더 자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태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논문 ‘근로시간 감소: 생활습관은 건강해졌나’를 발표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매년 수집하는 한국노동패널 자료(KLIPS)를 통해 4550명의 근로자를 추적조사한 결과다.
안 교수는 “한국의 근로시간은 2000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급속도로 감소했다”며 “이는 건강 습관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조사 대상 근로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2001년 52.1시간에서 2010년 49.8시간으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04년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영향이 컸다.
우선 휴식이 늘면 담배에서도 멀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근로시간이 한 시간 감소할 때 흡연자 숫자는 2.8%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하루 20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골초’는 5.8%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교수는 “장기간 근로에 따른 스트레스는 담배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흡연 감소 효과는 직장 내 주력 인구인 31~55세 남성에게서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음주 습관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했다. 근로시간이 한 시간 짧아지면 술 마실 기회는 10%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동창회 등 개인적인 사교 모임이 늘어난 것으로 안 교수는 풀이했다.
그는 “적당한 음주 습관은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부정적이진 않다”며 “퇴근 후 회식 등으로 매일 술을 마시는 근로자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 근로자의 3%가량은 매일 술을 마시는데 격무와 관계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근로시간과 운동은 역시 상관관계가 깊었다. 1주일에 한 시간 덜 일할 경우 규칙적인 운동을 할 가능성은 2.4% 늘어났다. 여성이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운동 증진 효과가 높았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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