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연 정치부 기자) 국회가 요즘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철통보안을 하고 있습니다.세월호 사고 유가족의 국회내 농성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됩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이 유가족의 국회 입·출입을 거들자 검문이 의원 차량으로까지 확대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8일 “세월호 법이 합의가 됐으니 유가족의 본청 앞 농성을 허용할 명분이 없다”며 유가족 철수를 요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정 의장은 ‘국회 정문 앞 100미터 이내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거론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이후 국회 내 출입문마다 경찰이 빼곡하게 배치됐고, 유가족에 대한 국회 내 출입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11일에는 국회에서 농성 중이던 유가족이 혈압약을 받으러 나갔다가 정문 앞에서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승강이를 벌여 무릎, 정강이 등에 피멍이 드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보다 못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들을 돕기 위해 차량 지원에 나섰습니다. 의원 차를 타고 들어올 경우 유가족 출입을 막기가 어렵다고 판단해서입니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 보좌관은 “농성을 하다 안산에 돌아가 남은 가족을 살펴야 하거나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국회를 떠났다 돌아오는 유가족의 사정을 외면하기 어려웠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국회 측은 야당 의원 몇몇에 대한 차량 검문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잉 검문’에 화가 난 한 야당 의원은 운전을 하던 수행 비서 대신 본인이 직접 운전을 하며 “막을 테면 막아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일부 의원 보좌관은 차 트렁크에 유가족을 실어 나르기도 했습니다.
해당 보좌관은 “살다가 트렁크에 사람을 숨겨 들어올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며 “유가족이 범법자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출입을 막는 과정에서 보좌관과 경찰 간의 몸싸움도 이어졌습니다. 기존에는 허용되던 유가족의 국회 내 샤워실 이용도 금지돼 유가족은 물 티슈에 의존해 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신분증 확인 과정에서 ‘안산’지역 주민일 경우 출입을 제한하는 ‘지역 연좌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회는 지난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의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국회를 점거하자 동작 주민들의 국회 출입을 제한한 적 있습니다.
국회도서관이 지난 8일부터 갑작스런 휴관에 들어간 것도 국회 내 유가족 농성 등의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일반인의 국회 출입을 막기 위한 ‘꼼수’란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정 의장은 취임 후 국민과 가까운 국회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국회도서관을 찾거나 산책을 위해 국회를 찾은 시민들이 헛걸음을 하고 돌아가기 일쑤입니다. 전례 없는 검문과 ‘지역 연좌제’ 적용, 국회도서관의 휴관강행 등에 세월호 유가족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물론 일련의 조치가 유가족의 소모적인 농성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고뇌의 산물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도하는 광화문의 시복식과 미사 등은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을 그대로 허용키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국회가 세월호 유가족을 거리로 내몰 궁리만 하는 것에 대비됩니다.
이 같은 실력 행사에 앞서 ‘민의의 정당’이라는 국회가 세월호 참사 100일이 넘도록 진상규명,책임자처벌, 사후대책 마련 등을 위한 후속법 하나라도 내놓았는지 묻고 싶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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