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운하 전쟁

입력 2014-08-14 20:49   수정 2014-08-15 14:59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운하(運河)를 타고 흐르는 것은 화물만이 아니다. 국제 교역권이나 군사·외교 등 보이지 않는 권력까지 섞여 흐른다. 운하 아이디어는 4000여년 전부터 있었다. 수에즈운하는 기원전 1800년 무렵 세누스레트 3세가 처음 기획했다. 어설프게나마 수로를 완성한 것은 기원전 500년 페르시아의 다리우스1세였다. 그러나 이 뱃길은 이슬람 내분으로 막혀버렸다.

근대 들어 운하 건설의 주도권은 프랑스가 잡았다. 1798년 나폴레옹이 옛 수로를 발견하고 공사를 시작하다 그만둔 뒤, 카이로 주재 프랑스 영사 레셉스가 개발권을 따 1869년 수에즈운하를 완공했다. 프랑스가 운하를 소유하자 영국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에도 온갖 방법으로 방해를 놓던 영국은 갖은 꾀를 내다 1882년 반제국주의 반란 진압을 구실로 아예 운하지대를 점령해버렸다.

수에즈운하로 프랑스의 영웅이 된 레셉스는 중미의 파나마운하 개발권까지 얻어냈다. 그러나 10년간 고생만 하다 개발권을 미국에 넘기고 말았다. 당시 니카라과운하 계획을 검토 중이던 미국은 그곳 화산 폭발로 3000여명이 숨지자 파나마로 눈을 돌렸다. 1914년 완공된 이 운하는 교통과 군사 면에서 워낙 중요했기에 미국이 오랫동안 관리권을 독점하다 1979년에야 파나마에 돌려줬다. 파나마는 현재 대규모 확장공사를 벌이고 있다.

그 전에 남미를 지배했던 스페인도 18세기에 파나마와 니카라과,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북부 등 세 곳을 점찍어뒀다고 한다. 볼리비아의 은을 가져가기 위해 니카라과 코스의 계획도까지 만들었다가 실행하지는 못 했다. 강대국들의 속셈은 다 비슷하다. 최근엔 중국이 니카라과를 관통하는 새 운하의 개발권을 따내면서 운하 전쟁의 새 강자로 부상했다. 파나마와 니카라과를 앞세워 미국과 중국이 ‘G2 전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일본도 묘하게 엮여 있다. 파나마운하 확장공사 비용을 가장 많이 댄 일본은 새 수로의 폭을 넓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폭 49m로 제한된 것을 50m짜리 LNG 수송선도 지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북미 셰일가스를 싸게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지난주엔 이집트가 제2 수에즈운하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외국 투자를 거부하고 자국 자본으로만 공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프랑스 영국 등의 지배를 의식한 것이다. 이래저래 전 세계가 ‘운하 대전’이다. 오늘(15일)로 개통 100주년을 맞은 파나마운하의 잔칫상에 축하선물 대신 니카라과라는 도전자가 올라온 것도 그렇고….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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