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건국절 없는 나라 없어" vs "독립운동·임시정부 부정"

입력 2014-08-14 21:14   수정 2014-08-15 04:17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또다시 불거진 '광복절→건국절' 변경 논란


[ 강경민/홍선표 기자 ]
15일 제6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건국절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45년 8월15일 일제 식민지 통치에서 해방된 지 3년 후인 1948년 8월15일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된 날이다.

보수 성향 학자와 단체들은 “8월15일이 광복절로만 지정돼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가 축소됐다”며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 성향 학자 및 단체들은 “건국절 제정은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진정한 독립은 1948년 건국”

한국교회연합, 대한민국건국회 등의 단체가 주축이 된 ‘건국절 제정 추진연합회’는 15일 오후 국회헌정기념관에서 ‘대한민국 건국 66년 기념 경축식’을 개최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올초 출범한 이 단체는 건국절 제정을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표적 광복단체인 광복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한민국은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를 계승하고 있다”며 “건국절 제정은 헌법을 부정하고, 혼란과 국론의 분열을 일으키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건국절 논란은 정부 수립 60주년이었던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본격화됐다.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 지식인들도 당시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같은 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복절 행사 이름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및 광복 63주년 경축식’으로 하려다 광복회, 임정기념사업회 등 광복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백지화했다.

잠시 수그러들었던 건국절 제정 움직임은 지난해 말 교학사 교과서 논란으로 또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당시 현행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교학사 교과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 건국’으로 서술했지만 교육부로부터 ‘정부 수립’으로 수정하도록 지시받았다.

2006년부터 건국절 제정을 주장한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945년의 광복과 1948년의 건국 가운데 중요한 것은 후자”라며 “과거의 조선 왕조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새롭게 탄생한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 미국뿐 아니라 심지어 북한도 건국절이 있다”며 “대한민국은 모든 나라에 있는 건국절이 없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이 국가의 모습을 드러내고 일본 식민통치로부터 국제법적으로 독립한 날은 1945년이 아니라 1948년 8월15일”이라며 “미국 일본 등 다수 국가들은 이날 우리 정부에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외교전문을 보내오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건국절을 기념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국절 제정은 독립운동 부정하는 것”

진보 성향 학자 및 단체들은 보수 단체의 건국절 제정 요구가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헌법을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헌법 전문에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헌법에 따르면 1948년에는 나라를 세운 것이 아니라 정부를 수립한 것”이라며 “1948년 정부 수립을 선포할 당시 이승만 대통령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건국’을 표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제 강점기 기간 중 실효적 지배를 못한 임시정부는 선언적·상징적 정부로 봐야 한다는 보수단체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건국절은 대한민국이라는 분단국가가 설립된 1948년 8월15일을 가치 있게 여기겠다는 것”이라며 “역사적 관점에서 지금의 분단 상황은 일시적이며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1945년 8월15일 해방을 기념한 광복절을 기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강경민/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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