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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태 정치부 기자,국회반장)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최근 사석에서 당내 분란의 배후세력으로 친노(친노무현)세력을 지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권을 거머쥔후 첫 작품인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에 대해 유가족및 당내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재협상 압력 등 정치적 궁지에 내몰리고서다.
그는 “당내 친노들이 매 사안마다 사사건건 반대를 하면서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며 “야당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했다. 계파가 없었던 김한길 전 당 대표도 재임중 강경파에 휘둘린다는 대외 비판에 시달렸으며, 이들 강경파의 핵심은 친노라고 의심했다. 김 전 대표는 이 같은 불만을 측근들에게 수시로 털어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지 만 5년이 흘렀는데도 친노는 야권내 최대계파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보수층 뿐만 아니라 야권내에서조차 ‘갈등’ ‘분란’‘비타협' 등 부정적 아이콘으로 각인된 친노의 끈질긴 생명력의 근간은 도대체 뭘까. 2번의 대선패배와 ’노무현 왼팔'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2007년 대선패배후 폐족(廢族)을 선언했는데도 말이다. 폐족은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안 지사의 폐족선언은 도의적 차원에서 친노의 집단적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대선에서 1200만표 가까이 득표한 문재인 의원이 친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아이러니하다.
그렇다면 친노는 누구를 지칭하고, 현역의원중 몇명이 친노로 분류되나. 친노의 정의는 물론이고 친노분류를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친노가 여느 계파와 달리 따로 모임을 갖고 있지도 않는 데다, 의원총회 등의 집단행동에 앞서 사전 의견조율을 했거나 그러한 채널을 갖고 있다는 정황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내에서조차 몇명을 제외하곤 누가 친노이고 누가 비노인지도 당사자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과거 노무현정부에서 일을 했거나 문재인 대선캠프 참여자들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친노그룹으로 분류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둘중 상당수는 본인들의 공식적 부인이 없었을 뿐이지 친노로 분류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많다.
진성준 의원은 기자를 사석에서 만나 “지난 대선의 캠프 대변인을 맡은 경력 때문에 대표적인 친노파로 분류되는데, 나는 친노가 아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민주당과 안철수당 통합직후 지난 3월께 민주당 의원 126명의 소속계파와 이념성향을 분석한 ‘괴문서’가 떠돈적이 있다.
당시 합당을 주도한 핵심부에서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서는 2012년 대선 때 활동과 현재의 정치적 입장을 기준으로 친노(親盧) 세력을 55명, 비노(非盧) 세력을 71명으로 나눴다. 당 지도부는 문건작성 지시및 출처 자체를 전면 부인했지만, 이런 문서가 논란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친노세력에 대한 야당내 지도부의 여전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골수 친노인사와 술자리를 한 적이 있다. 술김을 빌려 “도대체 당내 친노파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친노가 노무현의 가치에 동의하는지의 포괄적 개념이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친노의 정체성을 갖고 있고,친노임을 부인하지 않을 의원으로 국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문재인,이해찬,전해철,김태년,박남춘,김현 의원등을 꼽았다. ”겨우 6명이라고. 기준이 뭐냐"고 재차 물었다. 그는 “안팎에서 친노 친노 하지 친노가 계파로서 결속력이 있거나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진정한 친노는 과거 노무현정부에 인연을 맺었던 사람중 기존 친노노선을 부정하지 않거나 이탈하지 않는 사람들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친노’라는 용어는 정치권에서 언제쯤 사라질까. 동교동계 상도동계 등 현대 정치사를 좌지우지했던 계파들은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과 함께 자연스럽게 소멸됐다.
‘노무현’이란 수장이 존재하지 않은 친노는 이미 오래전에 구심점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 친노가 갈등이나 분란 등 정쟁의 배후세력으로 여야 정치권에서 역이용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치 전문가들은 친노는 발전적 해체를 통해 진정하게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안 지사는 2007는 대선 패배후 친노 폐족선언및 탈(脫)친노노선을 확실히 함으로써 차기 정치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체가 있건 없건 친노를 흡수할 수 있는 대안(정치인)이 없다는 것이 야권이 처한 현실이다. 야권내 최대 계파를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친안’파는 최근 안철수의 퇴진과 함께 ‘흔적계파’로써만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다간 친노가 ‘친이(친이명박)’를 넘어 ‘친박(친박근혜)’보다 더 긴 계파생명력을 가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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