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신규 상장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모주 투자부터 상장 이후 주식투자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은 알짜 기업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주식시장에 갓 데뷔한 신규 상장기업부터 상장승인 심사를 마친 기업들의 CEO들을 집중 탐구하는 시리즈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1984년 12월 탄생, 2014년 7월 사망'. 변천섭 윈하이텍 대표(사진·62) 책상 위에는 이 문구를 적어 넣은 샤프펜슬이 하나 올려져 있다. 변 대표가 이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기념으로 받은 펜이다.
펜이 덜거덕 거릴 때마다 새 부품을 구하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했다는 그는 기어코 30여년을 쓴 뒤에도 버리지 못하고 항상 지근 거리에 두고 펜을 바라봤다. 마침 이 펜이 기능을 다한 날은 윈하이텍이 상장한 지난달이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라는 말로 상장 후 주가부진에 대해 일갈한 그는 "투자자들에게 떳떳하고 싶어 주식을 단 한주도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30여년간 철강재 업계에서만 한 우물을 파온 그를 지난 13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본사에서 만났다. 평직원으로 입사해 이 회사 최고 자리에까지 오른 코스닥 상장사 대표의 이야기다.
◆ 30년간 사용한 샤프 한 자루…"한 우물 파는 것이 회사 경영의 원칙"
변 대표가 윈하이텍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된 건 1984년이다. 부산상고 졸업 후 한 중소기업에서 자금관리 업무를 하며 경력을 쌓고 있던 그는 한 지인의 소개로 윈하이텍의 모회사인 윈스틸과 인연을 맺었다. 송규정 윈스틸 회장과 처음 만난 것이 이 때다.
1979년 설립된 윈스틸은 포항제철(현 포스코)로부터 철강재를 납품받아 도매로 유통하는 회사였다. 일종의 철강재 대리점인 셈이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중반 철강 유통사업에서 그치지 않고 코일 등을 직접 제조하기 시작했다.
변 대표는 "1996년 철강 경기가 한창 좋을 당시 포스코 측에서 수요 확대 계획 중 하나로 협력사들에게 제조 사업 진출을 권했다"며 "철강 납품만으로도 잘 먹고 잘 살던 대리점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 것"이라고 회상했다.
송 회장과 변 대표는 반년에 걸친 수요조사 끝에 데크플레이트에 관심을 가졌다. 1990년대 건설경기 활황 때문이었다. 데크플레이트란 건물을 올릴 때 철골과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형성하는 데 쓰이는 거푸집의 일종이다.
그는 "부산을 근거지로 철강 도매업만 하던 회사가 제조업을 하는 회사로 한 단계 올라선 것"이라며 "제조업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직원 한 명만 데리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사무실을 차렸다"고 말했다.
'맨 땅에 헤딩'하기를 십여년. 변 대표는 데크플레이트 사업을 500억 원 매출 규모의 사업으로 키워냈다. 상대적으로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든 윈스틸은 부산에서 견고하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던 철강 도매업 사업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단숨에 '빅3'(매출액 기준) 회사로 뛰어올랐다.
데크플레이트 매출이 윈스틸 전체 매출 중 20% 가까이에 육박하자 송 회장과 변 대표는 강건재 사업부문에 대한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창업주인 송 회장에 이어 회사 사정에 가장 밝은 변 대표가 2011년 분할된 회사인 윈하이텍을 맡기로 했다.
변 대표는 "처음 대표에 취임하면서 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비전이 오는 2016년까지 신사업발굴, 기업공개(IPO), 복지증진 등 총 3가지였다"며 "현재 데크플레이트 업체들 중 선두권 사업자로 있지만 정체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2년 앞서 상장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 주식 한 주도 없는 대표 "회장과 투자자 사이 균형잡고 싶다"
대부분의 코스닥 업체 대표들과 달리 변 대표는 윈하이텍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사전에 상장을 계획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게 싫다는 이유도 있어서다.
그는 "IPO 과정에서 '초창기에 왜 주식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며 "그때마다 '나는 오너가 아니라 전문 경영인'이라는 대답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상장을 계획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분을 나눠가질 이유가 없었다"며 "대표로서 주요주주들과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다가 명예롭게 물러나고 싶다"고 답했다.
상장사 대표로서 그가 요즘 가장 고민하고 있는 점은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것이다. 5년 안에 현재 600억 원 수준인 매출 규모를 두 배 이상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 "윈하이텍은 절대 '한 방'을 노리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제조업의 특성상 매해 급성장하는 것은 어렵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인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층간소음'에 대한 이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중장기 주택정책'에서 층간소음 저감 부분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시장 창출이 기대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윈하이텍은 정부의 정책과 새로운 주거문화 변화에 대비해 업계 최초로 중공재와 데크를 결합한 '보이드데크'를 개발해 상용화시켰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최근 업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제품이다.
변 대표는 "보이드데크는 이미 상업용 건물에 적용하고 있는 등 층간소음 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 해외수출까지 노려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자신의 손으로 상장까지 이뤄낸 것을 기업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로 생각한다는 변 대표는 30년된 펜을 다시 집어들며 투자자들에게 꾸준히 지켜봐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윈하이텍은 철강산업 한 가지로만 30년 넘게 성과를 낼 정도로 뿌리가 튼튼하다"며 "5년 혹은 10년 후에 넘어질 회사가 아니라 100년 이상을 뻗어갈 수 있는 회사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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