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유니폼의 무거움

입력 2014-08-18 20:34   수정 2014-08-19 05:01

묵묵히 팀에 헌신한 '캡틴 박지성'
사회 발전하려면 이런 사람 많아져야

안양옥 <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yangok@kfta.or.kr >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 지난달 은퇴했다. 은퇴식을 겸한 K리그 올스타전을 보며 더 이상 그의 경기를 볼 수 없음에 누구나 아쉬워했다. 많은 스포츠 스타가 있었지만 그에게는 다른 선수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기에 사복 차림의 그가 아직 어색하다.

사실 박지성은 스타성과는 거리가 있다. 십수년간 국가대표팀과 세계 최고 클럽을 오가며 멋지게 활약하긴 했지만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2000년 프로에 입문한 이래 15개 시즌 동안 기록한 58골은 공격수로서 대단한 수치는 아니다. 소탈한 외모에 말수도 적어 경기 외적으로 주목받을 일도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인정받는 것은 바로 ‘헌신’과 ‘책임감’에 있다고 본다.

박지성은 항상 열과 성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경기장 전역을 누비며 상대를 괴롭히고 팀에 공헌했다. 특별하지 않은 그가 그라운드에서 가장 특별한 선수가 된 이유다. 그래서 처음엔 그를 높이 평가하지 않던 서구 언론도 ‘두 개의 심장’ ‘세 개의 폐’를 가졌다며 감탄했고 ‘디펜시브 윙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시했다고 칭송하기에 이르렀다.

극적인 골을 넣고 가슴 앞 자신의 팀 엠블럼에 키스하며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는 박지성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모든 유니폼 앞에는 팀명이, 뒤에는 이름과 함께 등번호가 있다. 자신보다는 팀이 우선됨을 의미한다. 박지성이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프리미어리그에서 높게 평가받고, 국가대표 캡틴으로 인정받은 이유는 바로 자신보다 팀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도 박지성 같은 사람이 곳곳에 있다. 자기보다 남을 위해 맡은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그들의 이름 석 자가 빛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사람들을 중용하고 정당하게 대우하는 게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좋은 안목이 필요하다. 넘쳐나는 거짓과 방해 전파를 걷어내고 진짜 알찬 사람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도리, 공동체의 가치를 가르치고 이를 통해 자존감과 훌륭한 혜안을 갖게 해 줘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축구선수 박지성의 경기를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처럼 유니폼과 자기 이름의 무거움을 아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더 좋아질 것이다.

안양옥 <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yangok@kfta.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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