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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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및 불법 로비 창구로 변질됐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행법에서는 출판기념회가 경조사로 분류돼 모금 한도는커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고 의무조차 없다. 이렇다 보니 출판기념회를 통한 로비는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 입법로비 사건도 검찰이 김민성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이사장의 교비 횡령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단초가 드러났다.
여야는 이미 올해 초 앞다퉈 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교육부 장관으로 옮긴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월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횟수 제한(4년 임기 중 2회)과 국정감사, 정기국회, 선거 기간 중 출판기념회 금지를 골자로 한 ‘출판기념회 준칙안’을 제시했다.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대표도 비슷한 시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출판기념회 비용과 수익을 정치자금법에 준하여 선관위에 신고하고 관리 감독을 받게 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이 같은 여야 대표의 대국민 약속은 한 달도 채 안돼 헌신짝이 됐다. 6·4지방선거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열고 책값을 두둑이 챙겨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출판기념회를 통한 출판 축하금이 대가성 로비자금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지금까지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불법 로비자금으로 간주해 처벌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반 국민의 판단은 이미 내려져 있다.
이호기 정치부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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