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퍼거슨市 흑인소요는 인종갈등 아닌 빈곤문제"

입력 2014-08-19 20:49   수정 2014-08-20 07:49

브루킹스연구소 분석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양극화
도심에 살던 빈곤층, 교외로 쫓겨나
오바마, 법무장관 급파…사태 중재



[ 워싱턴=장진모 기자 ] 10대 흑인이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촉발된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항의시위가 폭동으로 번지고 있다. 숨진 흑인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머리와 팔 등에 최소한 여섯 발을 맞은 것으로 18일(현지시간) 확인되면서 시위가 격해지고 상점 약탈 등이 벌어지자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는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시위대의 화염병과 경찰의 최루탄 공방은 19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차원의 사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퍼거슨을 방문, 사건수사를 점검토록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과잉 대응을 우려하는 한편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하며 진화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법무장관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로 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파장이 심각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며 “연방정부의 사법체계와 경찰 공권력에 대한 연방정부의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인종차별이 아니라 빈곤문제”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브루킹스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 퍼거슨 사태는 미 교외지역의 빈곤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세인트루이스 인근에 있는 인구 2만1000명의 소도시 퍼거슨은 빈곤층 인구비율이 2000년 10.2%에서 2012년 22%로 급증했다. 4명 중 1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것이다. 빈곤층은 4인가족 연소득 2만3492달러가 기준이다. 퍼거슨의 실업률은 2000년 5%에서 최근 13%로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취업자의 소득은 이 기간 중 30% 줄었다. 지난 10년여간 경제적 변화가 크게 몰아닥친 것이다.

콜린 고든 아이오와대 교수는 “과거 흑인 시위를 촉발시킨 주된 원인은 인종차별이었지만 이번 퍼거슨 사태는 소득차별에 따른 빈부격차가 근본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 감소, 실업 증가 등의 빈곤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에 직면한 흑인들이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청년의 총기 사망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이후 교외에 빈곤층 집중

교외의 빈곤층 집중은 퍼거슨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브루킹스연구소가 2000~2012년 미국 95대 대도시와 그 인근 교외 빈곤층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교외 빈곤층 증가율이 도심보다 두 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도심과 교외 빈곤층 인구는 1000만명으로 비슷했지만 2012년에는 교외가 1650만명으로 도심의 1350만명을 넘어섰다. 엘리자베스 니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도심보다 교외에 빈곤층이 더 많이 사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교외 빈곤화가 미국 사회의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심과 교외 인구 구성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의 불균형 회복이 꼽힌다. 링컨 퀼리언 노스웨스트대 교수는 “대도시의 집값은 오르고 있지만 교외 부동산 시장은 아직 침체상태”라며 “소득이 낮은 계층이 도심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퍼거슨시의 소요사태가 다른 교외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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