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 아닌 단기 수익률 극대화 노렸을 가능성
경영권 분쟁 활용해 MK전자에 되파는 전략 '유효'
이 기사는 08월11일(11:1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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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R이 한국토지신탁 지분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경영권 확보 목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런티어인베스트가 조성하는 펀드의 출자자로 나서면서 KKR은 바이아웃 펀드가 아닌 스페셜 시츄에이션(special situation) 펀드(이하 SS펀드)를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S펀드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여러 전략 중 하나로 활용하는 것으로 구조조정 기업이나 NPL(non performing loan)처럼 헐값에 매물로 나온 자산를 주로 공략한다.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선 론스타가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론스타 출신이 이번 거래 주도?
이같은 분석은 KKR의 인수 의도가 뚜렷하지 않다는 데서 나온다. 금융감독 당국의 대주주 승인 문제에다 한토신 1대 주주인 MK전자와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는데도 왜 편법을 써가면서까지 아이스텀의 한토신 지분(약 32%)을 인수하려 하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MK전자쪽에서도 “도무지 이해못할 행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KKR이 이에 대해 정확히 의중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현재로선 KKR의 의도를 추정할 수 있는 단초는 두 가지다. 전문가들은 첫번째 단서로 KKR이 SS펀드로 이번 투자에 참여한다는 것을 꼽는다. SS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권을 산 뒤 기업 가치를 올려 향후 몇 년 뒤 되파는 전략이라면 바이아웃 펀드에서 돈이 나가는 게 정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점은 KKR이 아이스텀이 보유한 한토신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서 MOU(양해각서)를 맺을 때 잠정 인수 가격이 주당 약 1630원에 불과하다는 것과도 연결된다. MOU를 맺을 무렵인 4월 주가가 1800원 전후에서 형성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는 거래다. 당시 아이스텀과 KKR은 경영권 양수도를 위한 거래라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아이스텀은 경영권 프리미엄도 받지 않은 채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겠다고 한 셈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KKR은 아이스텀 지분 인수로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란 생각을 처음부터 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했다.
두번째 단초는 한토신 인수 주체로 프런티어인베스트와 아시아퍼시픽캐피탈어드바이저(APC)가 나선다는 점이다. APC는 프런티어의 100% 모회사로 이에 대해 APC 관계자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상황에 따라 또 다른 운용사를 설립하는 것은 외국에선 흔한 일”이라며 “프런티어인베스트를 새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APC에서 김윤석 프런티어 대표를 비롯해 2명이 프런티어로 적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APC 출신이자 론스타와 골드만삭스 근무 경력도 갖고 있다.
KKR 주도일 줄 알았던 한토신 인수전에 프런티어와 APC가 등장한 것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 등 대다수는 대주주 승인 심사를 회피하기 전략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다는 게 사모펀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KKR은 이번 거래에서 주(主)가 아니라 부(副)의 역할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텀 지분 인수 거래를 발굴하고 실제 추진한 주체는 KKR이 아니라 APC라는 가정이 성립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PC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 선정 MOU는 KKR이 맺고, 실제 인수 주체는 프런티어와 APC로 나와 있는 이유에 대해 “투자자 신뢰를 얻기 위해 불가피하게 인지도가 높은 KKR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얘기대로라면 거꾸로 KKR이 이름을 빌려주는 구조가 되고, KKR이 바이아웃 펀드가 아닌 SS펀드로, 그것도 LP의 지위로 투자금을 넣는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가 급등에서 기회 엿볼 수도
이런 맥락에서 KKR은 ‘경영권 확보 후 기업 가치 올리기’라는 장기 투자보다는 ‘특수 상황’을 활용해 단기간에 반짝 수익을 거두자는 것이 목적일 가능성도 있다.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는 여러가지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치솟고 있는 만큼 주당 1630원대에 아이스텀으로부터 인수한다면 APC와 KKR은 상당한 평가 차익을 거둘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K전자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MK전자는 메리츠증권 등을 끌어들여 추가 자금을 모아 아이스텀측에 지분 인수 제안을 여러 차례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이스텀으로부터 번번히 거절 당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텀이 출자자 간 이견으로 작년 4월 청산 절차에 돌입한 데다 한토신 지분 인수를 위해 빌린 대출금 이자를 갚는 데도 허덕이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MK전자가 매우 낮은 가격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MK전자가 제시한 가격은 1590원으로 KKR보다 40원 가량 차이가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아이스텀이 조성한 펀드의 주요 출자자는 신한은행, 신한캐피탈, 예금보험공사, SK증권 등 기관투자가들과 일반 개인 및 중소 기업들이다. 기관의 출자 비중은 53% 내외다. 투자한 지 7년이 경과된 터라 개인 및 중소 기업들은 투자금을 하루빨리 회수할 것을 희망해 펀드 청산 결의를 했다는 것이 한토신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KKR 등이 아이스텀 지분을 우선 확보한 뒤, MK전자에 이를 다시 넘기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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