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한화생명, 파리·워싱턴·몬트리올 빌딩 1조 매입

입력 2014-08-20 21:54   수정 2014-08-21 04:21

해외 빌딩 첫 '패키지 매입'
年 7.5% 투자 수익 기대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20일 오후 8시14분

한화생명을 주축으로 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파리, 워싱턴, 몬트리올 등 세계 대도시 오피스 빌딩 3곳을 약 1조원에 매입한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들이 조(兆) 단위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연기금들로부터 자금을 유치, 해외 오피스 빌딩 3곳을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투자 대상 빌딩은 글로벌 3위 제약회사인 사노피(파리), 미국 법무부 산하기관(워싱턴), 캐나다 최대 통신회사인 벨캐나다(몬트리올)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정부 기관이 본사로 장기 임차하고 있다. 임차 기간은 모두 10년 이상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투자액은 약 1조원이다. 5000억원가량은 국내 ‘큰손’들이 후순위와 선순위로 구분해 투자하고, 나머지 5000억원은 현지 대출로 충당할 계획이다. 한화생명이 핵심(앵커) 투자자로 2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교보생명 NH생명 신협 삼성증권 HMC투자증권 등도 각각 500억원 안팎 투자할 예정이다. 연간 수익률(IRR)은 평균 7.5% 이상으로 추정됐다.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다양한 지역의 부동산을 패키지로 매입할 경우 위험 분산 효과가 생겨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 보험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뉴욕 런던 등 선진국 핵심 지역 오피스 빌딩 투자를 선호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의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각국 부동산 값이 치솟기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부동산 값이 너무 올랐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 지역을 호주와 유럽 등으로 분산하고 있다. 투자 대상도 오피스 빌딩 위주에서 쇼핑센터, 호텔, 주상복합 등으로 넓히고 있다.

한화생명을 포함한 국내 연기금들이 투자하기로 한 대상은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의 도시에 산재한 부동산이다. 이들을 포트폴리오로 구성,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했다. 국내 연기금 CIO는 “글로벌 저금리가 굳어지면서 세계 각국의 연기금, 보험사 등 장기 투자자뿐 아니라 증권과 은행 쪽에서도 다양한 부동산 대체투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증권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국내 주식시장 침체와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수익 구조가 나빠지자 해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일부 증권사는 신용 보강 등 구조화를 통해 초우량(VIP) 고객에게 안정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휘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투자 지역뿐 아니라 투자 유형도 실물 매입을 위한 지분투자 일변도에서 탈피해 선순위 담보대출 및 메자닌 대출, MBS(주택저당증권)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공제회도 올해 말까지 독일 도심 지역의 8개 상업용 빌딩을 보유한 펀드 지분 50%를 3400억원에 순차적으로 인수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폴란드 내 쇼핑몰 2곳(4억유로)과 방송·통신 기반 시설(1억8800억유로) 등에 5억8800억유로(9000억원)를 투자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국민연금이 신흥국 투자에 나선 첫 사례다. 사전에 투자 대상을 확정하지 않는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하는 연기금도 늘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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