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백혈병…재계 '갈등 이슈' 털고간다

입력 2014-08-21 22:06   수정 2014-08-22 03:50

현대차, 내년까지 4000명 특채…삼성, 반도체 직업병 협상 진지하게 진행


[ 박수진/박영태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두 그룹이 각종 ‘갈등 이슈’를 유연하면서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 경영과 관련해 발생한 각종 갈등 이슈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사업적 기업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 4000명을 내년 말까지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하기로 협상안을 내놔 아산과 전주 하청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비록 울산 하청 노조가 빠졌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하청 근로자를 둘러싼 갈등은 2003년 비정규직 노조가 결성된 뒤 10년 이상 끌어온 문제다. 회사 측은 울산 하청 노조도 계속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원칙 해결을 강조하며 소송과 강성노조에 맞대응해 온 현대차 입장에서는 유연한 해법을 제시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비논란’에 자발적 보상 카드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 12일 ‘싼타페 2.0디젤 2WD AT모델’ 소유주 14만명에게 대당 40만원씩 연비 보상금을 지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토교통부가 2013년 4월 이 차량의 표시연비에 대해 과장 판정을 내린 뒤 갈등을 빚어왔으나 1년 만에 스스로 해결카드를 마련한 것이다.

통상임금 문제를 두고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현대·기아차 노조에 대해서도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5위 기업의 위상에 맞는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는 최고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있는 만큼 노조가 대화할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상호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파업 강행이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데다 회사 이미지를 악화시킨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조와 협상하고 있다.

삼성의 갈등 이슈에 대한 전향적 변화도 눈에 띈다. 최근 그룹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의 노사 갈등 해소를 유도한 것이나 답보 상태였던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직업병(백혈병)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40일 넘게 노숙 농성을 벌이는 등 극한 갈등을 벌여왔다. 그러다 지난 6월 사측과 극적 단체협약에 성공했다. 사측이 월 120만원의 기본급과 성과급, 식대 지급 등 노조의 요구사항을 상당 폭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노조 정책을 고수해 온 삼성의 노무정책에 변화 기류를 엿보게 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7년째 갈등을 빚어온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가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해자 등으로 구성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측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지난 5월 중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합당한 보상을 약속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냈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친 실무협의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진단을 실시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고 피해 보상 범위 등에 대한 논의도 인내력을 갖고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변화는 넉 달째 장기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대신해 그룹 현안을 챙기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소프트 리더십’이 반영된 것 아니냐”며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각종 갈등 현안을 해소하는 데 힘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요구도 따라서 커지고 있다”며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삼성과 현대차의 변화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박수진/박영태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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