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 KB내분 직접책임 적고…李, 자진신고 감안"

입력 2014-08-22 03:41  

임영록 KB금융 회장·이건호 국민은행장 '경징계'

기존 방침보다 수위 낮춰
林, 정보유출 건은 미뤄져

제재 장기화로 리더십 상처
사분오열 된 조직안정 시급
인사 등 경영정상화 '숙제'로



[ 장창민 기자 ] 지난 6월 중징계 통보를 받았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오른쪽)은 잇따른 사건·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 수위가 경징계로 감경됐다.

두 사람은 회사 안팎에서 제기돼 온 퇴진 압박에서도 벗어나게 됐지만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만큼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재심 “직접 책임 없다”

지난 6월 임 회장은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분사태와 개인정보 유출의 책임으로, 이 행장은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주전산기 교체 관련 내분사태로 각각 중징계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21일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직접적인 책임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재심은 가장 논란이 컸던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국민은행 이사회와 경영진 간 갈등이므로 임 회장의 책임이 경미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이 행장의 경우엔 관련 문제를 자진 신고한 점이 감경 사유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관련해선 당시 리스크 담당 부행장이었던 이 행장에게 역시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으로 결론냈다. 이 행장이 당시 도쿄지점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가 최근 확인되면서 감경 사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제재 수위는 기관 경고로 확정됐다.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이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로 감경되는 등 일부 임원들도 제재 수위가 낮아졌다.다만 제재심은 기존 4개 제재 안건 중 임 회장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안건은 추가 검사를 통해 나중에 결론을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KB 정상화 쉽지 않을 듯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경징계가 확정됐지만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이미 두 사람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은 데다 앞으로도 서로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많다.

KB금융과 국민은행 내부는 이미 사분오열된 상태다. 국민은행 노조는 최근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 측은 두 사람에 대한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파벌 싸움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안에선 보고 체계마저 붕괴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부행장이나 본부장이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이 행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지주사 측에만 보고하는 등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지닌 은행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와 투자 영업도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또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임 회장에 대한 추가 검사 및 제재가 남아 있다는 점도 경영정상화를 어렵게 할 요인으로 꼽힌다.

이 행장은 제재심이 끝난 직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재 문제로 많은 임직원이 고생했다”며 “조직을 재정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일부 임직원에게 “그동안 사기가 떨어지고 자긍심이 실추된 것에 대해 회장으로서 죄송하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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