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의 진화…주민복지 확대냐, 민간의료 침해냐

입력 2014-08-2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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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에서 치과·한방 진료까지 1100원이면 이 뽑고 침·뜸 치료
지자체들 진료과목 확대 잇따라…병·의원 "불공정 경쟁" 거센 반발
지역보건법 개정안선 '진료' 삭제



[ 조미현 기자 ]
과천시는 최근 보건소에 소아청소년과 진료과목을 개설하려다 포기했다. 지난 6·10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신계용 과천시장의 공약인 데다 지역주민들의 요구가 높아 적극적으로 검토했지만 과천 시내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과천시의사회는 ‘보건소의 지나친 진료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과천시청과 과천시보건소에 보냈다. 과천시 관계자는 “진료과목을 하나 늘리면 다른 과목도 늘려 달라는 지역민의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며 “의사들의 항의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확대되는 보건소 진료

전국에 있는 보건소는 253개소다. 보건소 분점인 보건지소와 병원 시설을 갖춘 보건의료소를 합치면 3476개에 달한다.

1946년 서울에 처음 생긴 보건소는 보건 위생이나 영양 개선, 결핵·성병·나병 같은 전염병 예방 및 진료 등 보건 위생 사업을 주로 담당했다. 하지만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국민의 보건·위생 상태가 좋아지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보건소 사업은 축소됐다. 반면 일반 의사가 하는 의료 행위(진료)를 하는 보건소가 늘었다.

보건소는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든다. 진료·치료비도 일반 병원에 비해서는 싸다. 예컨대 경기 고양시 덕양구 보건소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1100원에 치아를 뽑을 수 있다. 일반 치과에서 이를 뽑는 비용(5000원)의 20% 수준이다.

60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 의료수급자, 국가유공자, 다문화가정 주민은 무료로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다. 침, 뜸과 같은 한방 진료 비용도 1100원부터 시작한다. 홍효명 덕양구 보건소 모자보건팀장은 “지역주민의 복지 차원에서 시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병원에 쉽게 가기 어려운 지역 노인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고 전했다.

◆일반 의사들과 충돌

보건소가 충치치료 등 치과 진료, 침·뜸 시술 등 한방 진료, 물리치료 등을 저렴한 값에 제공하면서 지역 내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민간 의료시장을 보건소가 침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정부 예산을 받는 보건소가 민간 의료 기능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윤수 대한의사협회 홍보국장은 “보건소는 진료보다 질병 예방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역주민의 표를 의식해 의료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거는 지방자치단체장(후보 포함)이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시는 올해까지 보건지소를 75곳 설치하겠다고 2012년 공식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의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35곳만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시내 의사들의 반대 의견이 많았다”며 “보건지소에서는 일반적인 의료행위를 하는 대신 건강관리 사업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보건법 개정안도 논란

보건소가 의료행위를 하는 근거조항은 지역보건법 9조 13항(보건소는 지역주민에 대한 진료를 할 수 있다)에 따른 것이다. 상당수 지자체는 이 조항을 ‘의료복지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로 해석하고 있다. 경기 지역 한 보건소 관계자는 “노인이나 영·유아,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제출한 지역보건법 개정안에서 보건소 업무 관련 조항의 ‘진료’ 부분을 삭제했다. 개정안은 보건소 역할을 △건강친화적인 지역사회 여건 조성 △지역보건의료정책의 기획, 조사·연구 및 평가 △보건의료 관련기관·단체, 학교, 직장 등과의 협력체계 구축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 및 질병 예방·관리를 위한 지역보건 의료서비스 제공 등으로 규정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일부 국회의원은 “보건소 업무에서 ‘진료’가 빠지면 농어촌 등 낙후지역에서는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조차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 개정안은 보건소 업무를 기능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것”이라며 “진료 등 보건소의 구체적인 업무는 시행령으로 정할 것이기 때문에 보건소가 진료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것”이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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