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테이블, 그 앞에서 요리하는 셰프…신사동 골목, 작은 가정식 프렌치

입력 2014-08-23 18:00  

Luxury & Taste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

두 달에 한 번 코스메뉴 바꿔
천연소금 밑간 한 '푸아그라'
미쉐린 대표가 맛본 뒤 극찬



[ 이현동 기자 ]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에 있다. 변변한 간판도 없이 골목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어 미리 위치를 확인하고 오지 않는다면 찾기가 만만치 않다.

라미티에(L’amitie)는 프랑스어로 ‘우정’이라는 뜻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장명식 셰프는 “식당은 따뜻한 공간이어야지 차가우면 안 된다”는 말로 왜 이 같은 이름을 붙였는지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유럽의 가정집에 온 듯한 포근한 느낌이 든다. ‘프렌치 레스토랑’이란 이름에서 오는 부담감이 사르르 녹는다.

이곳은 가림막을 중심으로 4인용 테이블 2개만이 놓여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다. 규모가 커지면 셰프가 직접 신경 쓸 수 없다는 생각에 소규모 운영을 고집하고 있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며 40~50대 단골고객이 80% 이상이다. 그만큼 셰프와 손님의 ‘스킨십’도 잦다. 음식을 낼 땐 장 셰프가 직접 나와 ‘무슨 재료를 사용했는지’ ‘어떻게 먹으면 가장 맛있는지’ ‘곁들일 수 있는 와인으로는 어떤 것이 좋은지’ 등을 꼼꼼히 설명한다.

자리에 앉아 코스 요리를 주문했다. 메뉴는 딱 두 가지. 11만원짜리 점심 코스와 16만5000원짜리 저녁 코스다. 대신 두 달에 한 번씩 메뉴를 바꾼다. 바로 옆에 있는 주방에서 ‘달그락 달그락’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요리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커진다.

아뮤즈 부슈(Amuse Bouche·입맛을 돋우는 한입요리)로는 자그마한 세 접시에 ‘발사믹 양파와 호두를 곁들인 리코타 치즈’ ‘복숭아 그라니타를 곁들인 수박과 멜론’ ‘양송이 퓌레를 채운 슈’가 나왔다. 모두 각기 다른 맛을 내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별미였다. 이어 ‘가지 스튜와 바닷가재 요리’가 나왔다. 최근 손님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요리라고 한다. 한 입 베어 무니 가지와 바닷가재의 쫄깃한 식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토마토 소스와 버터, 밀가루, 우유를 볶아 만든 베샤멜 소스가 과하지 않은 고소함과 상큼함을 준다.

메인 요리는 ‘비트 퓌레와 콜리플라워 퓌레를 곁들인 푸아그라(거위 간)’다. 지금의 라미띠에를 있게 한 ‘비장의 무기’다. 송로버섯, 캐비아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는 특유의 느끼함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몇 번 입에 넣어도 느끼하지 않아 물어보니 장 셰프는 “천연 소금을 써 밑간을 세게 한 뒤 강한 불로 조리해 느끼함을 없앴다”며 “반면 달짝지근한 소스를 뿌려 맛의 균형에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함께 나온 조각 체리도 인상적이다. 레드와인, 시럽과 진공팩에 담아 고온 보관한 뒤 내놓아 한층 깊은 맛을 낸다.


푸아그라에 얽힌 유명한 일화도 있다. 사업 논의차 한국을 찾은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 대표가 푸아그라를 맛본 뒤 “당장이라도 미슐랭가이드에 싣고 싶다”고 극찬하며 장 셰프의 연락처를 받아간 것. 미슐랭가이드는 미쉐린이 발간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 안내책자다.

라미띠에는 정·재계 인사들의 소규모 모임 장소로 인기가 높다. 독립된 공간에서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업무차 또는 가족·친지들과 이곳을 찾는다.

장명식 오너셰프 "둥근 가지·제주 애플망고…식재료 아무거나 안쓴다"

“먹는 사람이 하나의 음식에 담긴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다면 최고의 요리가 아닐까요?”

장명식 셰프(44·사진)는 요리 철학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가 음식 하나에도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하며 맛의 균형과 조화에 신경쓰는 이유다.

‘가지 스튜와 바닷가재 요리’에 넣는 토마토 소스가 대표적이다. 열대 과일인 패션프루츠를 섞어 토마토의 달짝지근한 맛에 상큼함을 더했다. 고추를 넣어 끝맛은 매콤하다. 어느 맛 하나 과하지 않고 궁합도 잘 맞아 풍부함을 느낄 수 있다고 장 셰프는 설명했다.

‘파격’도 서슴지 않는다. 이따금 푸아그라를 강한 단맛을 내는 ‘소테른 와인’과 함께 식전요리로 내놓는다. 보통 달콤한 음식은 식욕을 떨어뜨린다고 알려졌지만 천연 재료로 낸 단맛은 오히려 입맛을 돋운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1994년 서울 조선호텔에 입사한 뒤 11년간 프렌치 요리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요리를 경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6년부터는 라미띠에를 운영하며 틀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프랑스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식재료 선별에 중점을 둔다. 그는 가지 스튜의 재료로 특수 재배한 ‘동그란 가지’를 쓴다. 길쭉한 일반 가지에 비해 단단해 식감이 좋기 때문이다. 해산물은 노량진, 소고기는 경북 봉화, 각종 과일은 제주도에서 들여온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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