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병욱 정치부 기자)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행정규제기본법’이 화제가 됐습니다. 규제를 푸는 공무원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면제해준다는 내용이 빠진 채 국무회의에 상정됐기 때문입니다.
감사원법과 충돌한다는 감사원의 문제제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사실을 발견해 문제제기했고 박 대통령도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일선에서 ‘의욕적으로 (규제 개혁을) 하려다 내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고 주저하게 된다면 우리가 노력해도 소용이 하나도 없습니다”라며 “이거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또 “공무원들은 이걸로(규제 개혁으로) 지적을 받으면 내 위치가 흔들리고 큰일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랫동안 안 하는 것을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안전한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게 마음이 굳어졌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조금 더 다시 의논을 해서 공무원들의 위축된 마음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지시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다시 논의를 하라고 지시했는 데도 당시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은 통과가 됐습니다. 박 대통령이 상당히 강한 어조로 재논의를 주문했음에도 법안이 통과된 것은 정홍원 국무총리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박 대통령을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박 대통령은 법안 재논의를 지시하면서 행정규제기본법 의결 자체를 늦추자고 제안했습니다. 중요한 내용이 빠진 상태로 통과시키는 것보다는, 관련 내용을 추가해 추후에 다시 처리하는 게 맞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워낙 강경한 어조로 말했기 때문에 국무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때 정 총리와 황 부총리가 나섰다고 합니다. 행정규제기본법에 규제 완화 공무원 면책 제도 관련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니고, 법안 내용을 수정해 다시 국무회의에서 처리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일이 걸릴 수 있으니 일단 처리하고 다음에 수정안을 다시 논의하는게 맞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합니다. 국무회의 통과 이후 국회 상정 및 처리 과정을 거치는데 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수정안을 다시 제출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설명에 박 대통령은 수긍했고, 일단 법안을 처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빠른 시일 내 수정안을 만들어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이르면 26일 국무회의에서 규제 완화 공무원에 대한 사후 면책 제도가 포함된 행정규제기본법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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