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버킷 기부' 루게릭 병이란?

입력 2014-08-24 22:07  

뉴스속의 과학

근육위축·운동신경 굳는 불치병
스티븐 호킹 40년 넘게 투병중



[ 박병종 기자 ]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구고 있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사진). 미국에서 시작된 기부 캠페인으로 도전자의 지목을 받은 사람은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루게릭병협회에 기부해야 한다. 얼음물을 맞은 사람은 다시 세 명을 지명할 수 있고 이 세 명은 24시간 안에 같은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행운의 편지와 비슷한 다단계 피라미드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정보기술(IT) 업계와 연예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루게릭병에 대한 진지한 관심보다는 ‘인맥·인기 과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냉소도 나온다. 얼음물을 맞으면서 루게릭병 환자들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느껴보자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 얼음물을 맞기 전에 루게릭병에 대해 알아보자.

루게릭병의 공식 병명은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 발병하면 근육이 점차 위축되다가 결국 사라지고 척수에 있는 운동신경 다발은 딱딱하게 굳는다. 사지가 힘을 잃고 서서히 위축되다 결국 호흡근 마비 등으로 대부분 5년 내 사망한다. 몸은 마비되지만 시청각 기능이나 의식은 사라지지 않아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스스로 지켜봐야 하는 잔인한 질병이다. 남성의 발병률이 여성보다 두 배가량 높다. 주로 50대 이후 발병한다.

문제는 현대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루게릭병의 치료 방법은커녕 발병 원인조차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성 대사성 감염성 면역성 유전성 등으로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한국에 약 3000명, 세계적으로는 35만명이 루게릭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정식 병명을 놔두고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이유는 1930년대 미국 뉴욕 양키스팀의 전설적인 야구스타 ‘루 게릭’의 이름을 따왔기 때문이다. 베이브 루스와 함께 양키스의 전성기를 이끈 게릭은 1938년 ALS 진단을 받고 2년 만에 38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이때부터 ALS는 루게릭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영국 출생의 세계적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 역시 루게릭병으로 40년 넘게 투병 중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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