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7만원 '펑펑'…보고서는 달랑 3쪽

헌재 연구관들 '호화 해외연수' 구설수

美·유럽 등 10일씩 다녀와
연수 보고서엔 일정만 나열


[ 배석준 기자 ] 거액의 세금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헌법재판소 연구관들이 평균 A4용지 5장 분량에 불과한 형식적인 보고서만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병석(새누리당) 의원실이 헌재에서 제출받은 ‘해외연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년 이상 연임한 연구관 6명에 대해 평균 10일 안팎의 해외연수를 보냈다.

연구관 1인당 지원된 비용은 평균 1000만원 정도로 하루평균 107만원을 사용한 셈이다. 하지만 이들이 제출한 연수결과 보고서는 평균 5쪽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호주 등으로 비행기 이동시간을 빼면 실제 연수기간은 9일 정도였다. 연구관들은 왕복 항공료로 평균 683만원을 썼다. 비행기 값을 빼고 순수 체류비로 하루에 쓴 돈은 35만원 선이었다.

연구관들의 연수 일정은 해당 국가 법원이나 법과대 방문, 문화 시찰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연수 후 제출한 보고서는 형식적이었다. 연구관 6명이 제출한 보고서는 큼직한 글씨로 일정만 설명해 놓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 연구관은 A4용지에 글자 크기 14포인트로 쓰인 3쪽짜리 보고서를 제출했다. 일정표를 제외하고 연수 내용을 서술한 것은 12줄에 불과했다. 다른 연구관도 14포인트 크기 글자로 일정만 나열한 보고서를 내놨다. 소감은 4줄로 ‘평소 궁금했던 곳을 실제로 방문해 매우 유익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의원은 “헌재가 연구관들의 전문능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해외연수가 사실상 혈세만 쓰는 외유성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관광과 쇼핑으로 채워진 호화 해외연수라는 비판을 받았던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의 하루 여비가 47만원이었고, 2012년 과도한 해외연수비 지원이란 비판을 받은 한국은행도 한 직원에게 지출한 하루평균 연수 비용이 27만원이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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