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인력구조 '축구장'처럼 바뀌었다."…그렇다면?

입력 2014-08-27 16:08   수정 2014-09-05 16:01


1993년 경, 우리나라 축구 경기장에서는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 선수가 주로 활약했습니다. 그러나 20년 세월이 흐른 2013년 현재 축구 경기장 분위기는 이와 크게 다릅니다. 예컨대 축구 선수 나이로 적지 않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흔합니다. 김병지 선수는 44세 현역입니다.

7개 여자 실업축구선수단이 생겼습니다. 유럽 진출 1호 지소연 같은 걸출한 여자 축구 스타도 탄생했습니다. 프로 축구단에는 3~4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뛰고 있습니다. 강수일 선수는 다문화 가정 출신의 프로축구 선수 1호란 기록을 가졌습니다.

20년 사이 생긴 이 같은 축구 경기장 변화는 국내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LG경제연구원의 조범상 책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기업의 인력 지도가 바뀌고 있다’가 그것인데요. 조 책임연구원은 이를 통해 “지난 20년간 국내 기업들의 고용인력 구조도 축구 경기장의 상황처럼 ‘다양성’이 확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의 인력 구조가 이처럼 다양화 하는 것은 폭 넓은 가치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보다 더 다양한 집단 간 갈등에 노출될 위험도 동시에 존재해 이의 관리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범상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규모 신입 사원을 채용하고 50대 초중반 정년 퇴직 하던 90년대에 비해 지금의 기업 인력 구조는 얼마나 변화했을까?”라고 물은 뒤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놨습니다.

“※직장인 평균 연령 40.5세…40대 이상이 절반” = 5인 이상 사업장의 연도별 취업자를 보면 1993년 취업자 평균 연령이 34.3세였다. 2013년엔 40.5세로 높아졌다. 인력 구조도 1993년 엔 20대와 30대 비중이 72%, 40대 이상이 28%에 불과했다. 2013년엔 40대 이상 비중이 절반에 가까웠다. 기업 내 인력의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이 같은 중장년층의 고용 증가 원인은 사회 전반에 걸친 고령 인구의 증가가 꼽힌다. 베이비부머가 노후 소득 부족 등의 이유로 은퇴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도 원인의 하나다. 인구 구조 의 변화와 맞물려 정년 60세 의무화 관련 법안 통과로 기업 내 고령 인력의 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직장인 여성 비중 늘고 있어…유리천장도 점차 얇아질 듯” = 20년 전만 해도 한 부서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이 소수에 머물렀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을 기점으로 여성 고용률이 50%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5인 이상 사업장 기준 1993년 여성 취업자 비중은 29%에 불과했지만 2013년 34%로 증가했다는 조사다. 여성 취업자의 평균 연령이 같은 기간 내 30.3세에서 38.3세로 늘었다. 여성 취업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연륜과 경력을 쌓은 인력이 늘어난다는 신호다.

실제 여성 취업자의 경력별 비중을 보면 1993년 2년이하 경력자 비중이 53%, 5년이상 경력자 비중이 2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년에는 2년이하 경력자 비중이 42%로 줄고 5년이상 경력자 비중이 42%로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직장 경력을 쌓은 여성이 많아지면서 관리자로 성장하는 여성도 증가 추세다. 전체 관리자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3년 2%에서 2013년 11%로 드러났다. 남성이 주류이던 기업에서 여성 팀장, 임원 승진자도 대거 나오고 있다.

“※전문직, 사무직으로 활동 반경 넓히는 외국인 근로자” =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1993년 산업 연수생 제도를 계기로 개발도상국 인력이 주로 생산직으로 한국에 본격 들어오기 시작했다. 10년 뒤 2003년에는 외국인 근로자 수가 약 37만명 규모로 커졌다. 2013년 통계청 조사에서는 76만명으로 증가했다.

우리 인식 속에 외국인 근로자는 3D산업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저임금 노동자로 각인된 편이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 질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상용 임금 근로자가 60%를 넘었으며 전문가와 사무 종사자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 본사나 R&D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채용된 외국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본사로 파견 근무 나와 있는 인력도 상당수다. LG전자의 경우 10여 년 전부터 전체 인력 중 해외 인력 비중이 전체 인원의 절반을 넘어섰으며 삼성전자도 2010년 50%를 돌파한 이후 현재 그 비중이 67%에 이른다는 조사다.

조범상 책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다양해진 기업 구성원의 스펙트럼은 가치 창출의 기회”라고 지적하며 다음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인적 구성이 다양해질수록 조직 내에는 서로 각기 다른 경험과 가치관, 배경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게 된다. 이들이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종전 구성원 변화가 거의 없을 때 인식하지 못하던 관행 속 비효율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혁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위기에 빠졌던 월트 디즈니의 CEO를 맡아 만화왕국 재중흥의 발판을 다진 마이클 아이즈너도 ‘다양성은 창의성을 향한 강력한 힘’이라고 역설하며 조직 내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예시했습니다. ‘인어공주’ ‘라이언킹’ 같은 창의적인 평가의 작품 이면에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디즈니의 경영 철학이 숨어 있다는 얘깁니다.

조범상 책임연구원은 그러나 이 같은 다양성은 조화가 이루지 못할 경우 되레 아래와 같은 형태의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세대 차이로 불리는 수직적 갈등의 폭이 과거에 비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동료 간 발생할 수 있는 수평적 갈등도 보다 더 다양해지고 심화될 수 있다. 지금까지 비중이 낮았던 여성 인력과 외국인 인력의 채용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다수를 차지하는 인력과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일하는 방식이나 사고 방식 차이에서 비롯한 여성 직원과 남성 직원 간 갈등, 문화 차이에서 오는 한국인 직원과 외국인 직원 사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조 책임연구원은 때문에 “조직에도 ‘비빔밥의 조화’가 필요하다”며 관리 방법의 하나로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일화에서 찾을 것을 제시합니다.

“히딩크 감독은 선배와 후배 선수들이 식사를 따로 하고 후배 선수가 선배와 대화 나누는 것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봤다. 경직되고 위계적인 이런 모습이 팀의 조화와 응집력을 해친다고 판단했다.

히딩크 감독은 식사 장소를 나누지 못하도록 했다. 일상에서나 경기장에서 선수 상호간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하도록 만들었다.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토록 한 것. 선수 각자 능력은 극대화했고 팀 응집력은 강화됐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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