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 LIG손보 인수 계기로 재도약
신한 - 은퇴비즈니스 등 차별화 금융
하나 - 외환銀 조기통합 효과 극대화
우리 - 우리은행과 뭉쳐 영업력 제고
농협 - 증권업 확대·비은행 대폭 강화
신흥국 중심 해외 진출로 새 돌파구
금융당국도 규제 완화 등 지원 나서
[ 장창민/박한신 기자 ]
“금융권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얼마 전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 및 업권별 협회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금융권 신뢰 회복, 규제 완화 및 경쟁 촉진,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경쟁력 확보 등 여러 난제를 염두에 둔 얘기였다.
실제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은 많다. 대내외 경제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유럽과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시장의 오랜 정체로 국내 여건 역시 밝지만은 않다. ‘저성장·저금리’ 시대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기다 최근 ‘금융 보신주의 논란’까지 겹치며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지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먹구름이 걷힐 때까지 앉아서 기다릴 여유는 없다. 금융지주사마다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신사업을 모색하는 동시에 비은행 부문의 비중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지원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편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 ‘불황형 흑자’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순이익이 반토막날 정도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예대마진이 줄어든 데다 경기부진 탓에 부실화된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들어선 그나마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 들어 한숨 돌리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의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크게 늘어났다.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는 등 비용이 줄어들면서 순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익 구조는 오히려 취약해져 ‘불황형 흑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순이자마진(NIM) 등 핵심 수익성 지표가 오히려 떨어졌다. NIM은 자산 운용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회사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KB금융의 2분기 NIM은 2.48%다. 지난해 2분기 2.65%보다 0.17%포인트 하락했다. 하나금융의 NIM도 같은 기간 1.97%에서 1.93%로 0.04%포인트 낮아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NIM이 여러 분기째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금융지주사 실적 전망도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NIM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동부그룹 등의 구조조정 추이에 따라서는 추가 충당금 적립 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을 늘려야 하는 등 금융당국의 각종 정책도 순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다각화·시너지 확대 ‘올인’
금융지주사들의 올 하반기 경영전략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위한 ‘생존력’과 사업다각화 및 시너지 확대 등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한금융은 따뜻한 금융의 내재화, 수익률 제고를 위한 창조적 금융, 은퇴비즈니스 추진 차별화, 글로벌 현지화·신시장 개척, 채널 운영전략 혁신, 전략적 비용절감 성과 도출이라는 6개의 중점과제를 추진 중이다. 금융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따뜻한 금융’을 앞세워 금융권에서 차별적 경쟁 우위를 지닌 ‘리딩 컴퍼니’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다. 또 고객 기반 확보와 기업 여신에 대한 신용위험 관리를 하반기 중점 전략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취약한 고객 기반은 조기 통합이 필요한 배경이기도 하다”며 “대기업 여신도 중소기업 쪽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 통합을 이루면 통합은행의 총 원화대출 규모는 16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민은행(190조원)에 이은 2위 규모다.
연말까지 우리은행에 합쳐질 예정인 우리금융은 민영화에 대비해 몸집을 줄이는 대신 영업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제재 수위가 ‘경징계’로 감경된 것을 계기로 갈등을 봉합하고 그간 훼손된 영업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동안 미뤄졌던 투자와 인사를 재개해 영업기반을 다지고 LIG손해보험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재도약 발판을 다질 계획이다. 농협금융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을 합쳐 본격적인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자산운용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이다.
해외 진출로 성장 돌파구 연다
금융지주사들은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M&A를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통해 저수익 구조를 깰 수 있는 새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다. 우선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진출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이 핵심 대상국이다. 이들 국가를 비롯한 신흥 금융시장은 여전히 적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선진 금융사들의 성공적인 진출 사례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좁은 국내 시장에서 비슷한 영업 행태로 수익을 내는 데 한계에 다다른 만큼 해외 진출은 피할 수 없는 생존과 성장 전략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사들은 금융당국이 해외 진출 지원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현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국내법상 규제인 ‘금산분리’와 ‘전업주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나 한화증권 등 대기업(산업자본) 계열 보험사나 증권사도 해외 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 또 해외에 진출한 금융회사는 은행과 증권 업무를 겸업(유니버설뱅킹)할 수 있도록 했다.
장창민/박한신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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